<> 유원건설의 법정관리신청소식을 들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유원측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듯 몹시 격앙된 분위기.

이철수제일은행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제3자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은행의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시종
메모지를 집었다 놓았다하는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

한편 제일은행은 이날 오후 5시40분경 증권거래소 공시과에서
"유원건설의 법정관리신청여부"에 대한 확인을 받고 법원에 접수
결과를 전화로 확인해보고서야 법정관리신청사실을 알았다고.

<> 금융계에선 제일은행이 부실기업인 유원건설의 처리방식이 수순을
잘못 밟았기때문에 이같은 혼선이 온 것이라고 해석.

한 은행관계자는 "부실기업을 정리할때는 우선 법정관리를 신청해놓고
제3자인수대상을 찾는게 기본 원칙"이라며 "제일은행이 제3자인수를
먼저 발표한 것은 유원을 가능한한 비싼값에 팔기위한 방안이었을
것"이라며 "결국 이것이 자충수가 돼 제일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

<>.유원건설 임직원들은 이날 오후 늦게 법정관리신청 사실을 전해듣고
내막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

유원건설 고위관계자는 최영준사장의 동생인 최영진대성목재 부사장이
최근 유원건설 본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을 상기하면서
법정관리신청 작업이 최고경영층에서 비밀리에 이뤄진것으로 안다고 전언.

특히 법정관리신청 작업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할 기획실 법제팀은 물론
사내 법률고문까지도 이사실을 전혀 몰랐을 정도.

이번 법정관리신청은 마땅한 인수업체가 선듯 나타나지 않아 제3자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수뇌부에서 법정관리쪽으로 방향을 돌린것 같다는
분석은 대두.

또 사내일각에서는 법정관리중인 한양과 같이 제3자인수를 보다 원활히
추진키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일부직원들은 제3자인수 발표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임직원들이 전혀
모르는 가운데 작업이 이뤄졌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