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이창호이지만 신의 도움없이는 안될것 같던 전관왕달성이 어느듯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창호칠단은 지난 13일 최고위전 마지막5국에서 조훈현구단에 백15집
반승을 거둬 종합전적 3승2패로 타이틀을 방어해 또 하나의 고비를
넘었다.

이로써 이칠단은 조훈현구단에 대해 전체전적 15승6패의 압도적 우세를
보이며 올겨울 사제도전25번기의 막을 내렸다.

기왕전,비씨카드배도전기가 진행중이지만 이창호가 유창혁,조훈현에
2대0으로 앞서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여기서 모두 승리하면 전관왕달성의 마지막 장애물은 유창혁육단이
보유한 왕위.

현재 이창호칠단은 왕위전본선에서 조훈현 구단과 나란히 6승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어 18일 있을 둘간의 대국에서 도전자가 가려진다.

이칠단은 최근 유육단과의 3개타이틀 13번기에서 7승2패의 강세를
보이고 있어 유창혁이 이창호를 저지하기는 어딘지 버거워 보인다.

전관왕은 조훈현구단이 세번이나 달성한적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바둑
수준이나 기사층의 두터움이 많이 틀려 비교할 수없는 값진 성과다.

이창호도 그런 의미를 의식한듯 독한 마음으로 대시하고 있다.

일단 전관왕을 달성한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제대회에 도전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칠단의 전관왕 달성에 대한 바둑계의 시각이 환영일색은
아니다.

쉽게 이룰수 없는 위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창호의 독주가 다른 기사
들에게 자극제가 되는 긍정적요소보다 허탈감과 의욕상실을 초래하는
부정적영향이 더 많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창호의 제국건설을 막을 수있는 유력한 카드라고
믿었던 조구단의 무관추락은 아쉬움이 크다.

정상에 서면 내려올 일만 남는것이 이치지만 이른감이 있다.

조구단은 자신감상실로 최근의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보였는데 아직
조구단을 능가할 만한 신예들이 없는 상황에서 조구단의 부진은 한국
바둑의 쇄락을 재촉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