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엑센트,드디어 웃다"(워싱턴포스트 4월7일자) "현대,이미지
재구축에 성공"(LA타임즈 3월27일자) 오랜만에 받아보는 칭찬이다.

아마 88년이후 처음인 것같다.

그만큼 오랫동안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는 바닥이었다.

엑셀의 참패를 엘란트라 쏘나타가 만회해보려 했지만 힘이 부쳤다.

그걸 엑센트가 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가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86년2월.각언론이 "한국이
몰려온다"는 특집을 앞다퉈 게재했을 정도로 시작이 좋았다.

정말 잘 나갔다.

그해 무려 16만9천대가 팔렸다.

그것도 엑셀 한차종만으로.사실 수출목표 10만대도 너무 많이 잡았다
싶을 정도였다.

당사자인 현대도 깜짝 놀랐던게 사실이다.

엑셀은 신화를 계속 만들어 갔다.

87년에는 26만3천대로 미국 수입소형차 판매 1위까지 차지했다.

그러던 "신화메이커" 엑셀이 88년 26만4천대를 피크로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89년 판매량 14만8천대,90년 10만대..순식간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품질. J D 파워라는 회사의 조사결과가 그랬다.

자동차 품질평가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회사가 "안좋다"면 그 차는 "끝"이다.

1백대중 결점수를 조사하는데 89년 현대차의 결점수는 1백78개 였다.

그런데 90년에는 이게 2백30개로 늘었다.

91년에는 2백35개.가장 성적이 좋은 도요타는 90개에 불과했다.

컨슈머 리포트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이 잡지는 각 부문별로 5단계의 평가를
내린다.

좋은 점수는 빨간색 동그라미,나쁜 점수는 검은 동그라미로 표시한다.

그런데 엑셀은 검은색,경쟁차종인 도요타 터셀이나 혼다 시빅은
빨간색으로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J D 파워는 93년 현대차의 결점수를 1백대당 1백94건으로 발표하고
있다.

도요타의 74개,혼다의 92개보다 2배가 넘는 수치이다.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최고권위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87년 13위였던
현대의 소비자만족도(CSI)가 93년 31위로 떨어졌다고 적고 있다.

컨슈머 리포트는 올해 평가에서도 여전히 현대차를 추천차량에서
제외하고 있다.

품질이 분명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승차감등 몇몇 곳에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워싱턴포스트나 LA타임즈는 거짓인가.

그렇지는 않다.

컨슈머 리포트도 엑센트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초 테스트 결과 엑셀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컨슈머 리포트로선 현대에 대한 첫 관심표명이기도 하다.

지난달 제네바모터쇼에서 만난 J D 파워사의 파워회장도 "엑센트만큼은
기대를 건다"고 했다.

엑센트가 엑셀의 이미지를 털어버릴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대도 1백% 독자모델인 엑센트에 목을 걸고 있다.

미국 평가기관들의 조사가 93년이전 생산차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지 지금의 평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내년초 미국시장에 선을 보일 아반떼에는 더욱 자신이 있어 보인다.

제품력은 물론 품질또한 크게 올려놨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는 그만큼 최근 몇년간의 품질개선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아반떼의 경우 "생산 6개월전인 지난해 이미 부품품질수준을 완벽히
맞췄을 정도"(승용상품기획 이형근부장)라고 말할 정도다.

정세영회장도 "소형차부문에서 유럽 수준은 넘어섰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임원들에게 결코 좋은 소리를 하는 법이 없는 정회장이 그런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부적인 품질평가 수치도 93년도에 비해 두배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평가는 냉엄하다.

컨슈머 리포트는 엑센트의 평가 말미의 신뢰도 항목에는 "퀘스쳔
마크"를 두고 있다.

팔린 다음에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현대도 "제대로" 해나가겠다는 각오다.

"미국시장에는 한동안 물량을 늘리지 않는다"(수출본부장 백효휘부사장)는
방침이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일부 평가기관들의 "색안경"도 완전히 벗겨낼 참이다.

품질문제에서 비롯된 이미지손상은 그렇게 만회하기가 힘든 것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