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 (12) 자동차 21세기를 달린다 <2>..증설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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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13일 조르지오 가르조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들은 그가 묵고있던 서울 호텔신라로 몰려갔다.
그의 방한목적은 한.EC간 자동차무역불균형 시정을 요구하기 위한 것.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도 한국이 유럽에 자동차를 많이 팔고 있으니
"상호주의 차원"에서라도 유럽차를 사달라는 주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의 첫마디는 "현대가 정말 2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추는
겁니까"였다.
가르조회장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사장이다.
한국업체가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이 피아트에겐 큰 걱정거리였다.
당장 "소형차 파이"에서 피아트의 몫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업체는 무얼 믿고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해댈까.
가르조회장은 각업체에 들러서도 무역불균형 문제보다는 증설계획을
묻는 걸로 일정을 마쳤다.
흔히들 반도체사업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동차사업도 마찬가지다.
페달(투자)을 끊임없이 밟아줘야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수 있다
는게 하나의 "원칙"이고 "진리"다.
"감가상각비도 재투자했을 정도"(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다.
이같은 원칙과 진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는 점도 업계는
철썩같이 믿는다.
호황기가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은 79년말부터 공장가동은 "뒷전"이었다.
공장주변 풀뽑기가 "본업"이었다.
1.21환율금리인상조치에 따른 자금난이 업계를 엄습했다.
때문에 월급도 제때 주기 어려웠다.
한달이상의 장기휴가도 모자라 임원부터 말단기능공에 이르는 대대적인
감원이 단행됐다.
그해 12월31일 현대자동차 종무식에서는 정세영사장(현 현대그룹회장)이
소리내 울기까지 했다.
그만큼 79년말,80년초는 심각한 불황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적자의 연속이었다.
80년 1백90억원,81년엔 1백65억원이나 됐다.
그럴때 정사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감량경영 이야기려니 하던 기자들의 예상은 그러나 여지없이 빗나간다.
"85년까지 3천9백69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산 30만대규모의 전륜구동형
소형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 지금이야 30만대 공장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나 81년도 국내자동차업계 전체 생산이 13만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사장이 발표한 투자계획은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다고 할수밖에.그러나 그는 그의 무모함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린다" 정세영회장이 사장때부터 늘상
강조하는 "난국투자적기론"이다.
85년 30만대 공장이 완공됐다.
이공장이 미국진출의 기반이 됐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사이 24만평규모의 주행시험장을 완공해 연구개발능력도 갖췄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정사장의 무모함이 지금의 현대자동차를 키워놓았다고
볼수 있다.
지금도 자전거바퀴는 무모하리만큼 굴러가고 있다.
현대의 "GT-10프로젝트",기아의 "PRIME 10",대우의 "비전2000"등이
그것이다.
국제경쟁단위라는 1백만대 생산체제를 넘어 2000년 세계10대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이다.
투자금액도 천문학적 숫자다.
현대는 2000년까지 3조3천억원을 투입해 2백10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생각이다.
기아도 93년부터 6조6천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증설작업이 끝나는
97년이면 1백5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대우도 2000년 2백20만대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이 가세해 2002년까지 5조원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줄잡아 3백억달러라는 자금이 자동차 한 업종의 설비투자에만 투입된다.
가르조회장이 또 한번 놀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전국이 자동차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가 전주와 아산에 공장을 짓고 있고 율촌공단 터를 닦고 있다.
대우는 군산에 대단위공장을 짓는다.
삼성은 대구와 부산에,쌍용은 달성에 공장을 건설한다.
물론 대규모 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투자는 덩치를 키우는데 불과하다.
덩치만 커갖고는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다.
금융비용에 따른 경영압박도 문제가 될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체력 승부를 할수 없다.
"체력 승부에는 역시 한국자동차"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연구개발
생산기술 품질관리등도 뒤따라야 한다.
가르조회장이 그저 놀라워할 뿐 아니고 한숨까지 몰아쉬게 하려면
특히 그렇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들은 그가 묵고있던 서울 호텔신라로 몰려갔다.
그의 방한목적은 한.EC간 자동차무역불균형 시정을 요구하기 위한 것.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도 한국이 유럽에 자동차를 많이 팔고 있으니
"상호주의 차원"에서라도 유럽차를 사달라는 주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그의 첫마디는 "현대가 정말 2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추는
겁니까"였다.
가르조회장은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사장이다.
한국업체가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이 피아트에겐 큰 걱정거리였다.
당장 "소형차 파이"에서 피아트의 몫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업체는 무얼 믿고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해댈까.
가르조회장은 각업체에 들러서도 무역불균형 문제보다는 증설계획을
묻는 걸로 일정을 마쳤다.
흔히들 반도체사업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동차사업도 마찬가지다.
페달(투자)을 끊임없이 밟아줘야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수 있다
는게 하나의 "원칙"이고 "진리"다.
"감가상각비도 재투자했을 정도"(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다.
이같은 원칙과 진리는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는 점도 업계는
철썩같이 믿는다.
호황기가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은 79년말부터 공장가동은 "뒷전"이었다.
공장주변 풀뽑기가 "본업"이었다.
1.21환율금리인상조치에 따른 자금난이 업계를 엄습했다.
때문에 월급도 제때 주기 어려웠다.
한달이상의 장기휴가도 모자라 임원부터 말단기능공에 이르는 대대적인
감원이 단행됐다.
그해 12월31일 현대자동차 종무식에서는 정세영사장(현 현대그룹회장)이
소리내 울기까지 했다.
그만큼 79년말,80년초는 심각한 불황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적자의 연속이었다.
80년 1백90억원,81년엔 1백65억원이나 됐다.
그럴때 정사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감량경영 이야기려니 하던 기자들의 예상은 그러나 여지없이 빗나간다.
"85년까지 3천9백69억원을 투자해 울산에 연산 30만대규모의 전륜구동형
소형승용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 지금이야 30만대 공장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나 81년도 국내자동차업계 전체 생산이 13만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정사장이 발표한 투자계획은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다고 할수밖에.그러나 그는 그의 무모함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린다" 정세영회장이 사장때부터 늘상
강조하는 "난국투자적기론"이다.
85년 30만대 공장이 완공됐다.
이공장이 미국진출의 기반이 됐던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사이 24만평규모의 주행시험장을 완공해 연구개발능력도 갖췄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정사장의 무모함이 지금의 현대자동차를 키워놓았다고
볼수 있다.
지금도 자전거바퀴는 무모하리만큼 굴러가고 있다.
현대의 "GT-10프로젝트",기아의 "PRIME 10",대우의 "비전2000"등이
그것이다.
국제경쟁단위라는 1백만대 생산체제를 넘어 2000년 세계10대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이다.
투자금액도 천문학적 숫자다.
현대는 2000년까지 3조3천억원을 투입해 2백10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생각이다.
기아도 93년부터 6조6천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증설작업이 끝나는
97년이면 1백50만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대우도 2000년 2백20만대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이 가세해 2002년까지 5조원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줄잡아 3백억달러라는 자금이 자동차 한 업종의 설비투자에만 투입된다.
가르조회장이 또 한번 놀라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전국이 자동차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가 전주와 아산에 공장을 짓고 있고 율촌공단 터를 닦고 있다.
대우는 군산에 대단위공장을 짓는다.
삼성은 대구와 부산에,쌍용은 달성에 공장을 건설한다.
물론 대규모 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투자는 덩치를 키우는데 불과하다.
덩치만 커갖고는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다.
금융비용에 따른 경영압박도 문제가 될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체력 승부를 할수 없다.
"체력 승부에는 역시 한국자동차"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연구개발
생산기술 품질관리등도 뒤따라야 한다.
가르조회장이 그저 놀라워할 뿐 아니고 한숨까지 몰아쉬게 하려면
특히 그렇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