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자''하면 성적인 면을 연상하게 한다. 또 ''폭발 일보 직전의
남자''하면 몹시 화가 났음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의학적으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환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레이브스(Graves)병, 혹은 바세도우(Basedow)병이라고도 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글자 그대로 인체의 열대사를 주관하는 갑상선의
기능이 병적으로 항진된 것이다.

환자들은 심한 공복감으로 식욕은 왕성하면서도 체중은 감소하고,
더위를 쉽게 타면서 땀을 많이 흘리며, 가슴이 두근거려 가벼운 운동
에도 유난히 숨이 차게 된다.

또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쉬 짜증내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맥박 또한 분당 100회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증상은 모두 갑상선호르몬의 과잉분비로 인체의 열대사가 항진된
까닭이니, 독자들은 몸안에 어떤 불덩어리가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
이해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한편 전신적인 쇠약감, 팔과 다리의 떨림, 눈알이 튀어나오는 듯한
특징적인 안구돌출 등도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은 아직껏 불명확하여
유전적 소인과 스트레스가 중요한 유발인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재
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의 복용, 갑상선
조직의 파괴를 목적으로한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 투여와 수술요법
등이 주된 치료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목 앞부분이 부어오르는 영류, 토끼 눈처럼 안구돌출이
된다는 토안,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는 정중경계, 당뇨병을 설명할때
언급한 소갈등의 병증을 참작하여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치료한다.

이들 병즈은 모두 심, 간, 신등의 장부기능 실조와 체내 기혈의
울체등으로 연유하니, 치료는 순기활혈과 장부기능의 조화를 모색함에
중점을 두게 된다.

절 입구의 사천왕상처럼 두 눈을 부릅뜨게 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것은 곤란하다.

분노라는 스트레스가 유발되지 않도록 서로간에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예방하는데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으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