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이 6일 발표한 "여신관리제도 개편"안은
대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대폭 풀되 편중여신을 막기위해
은행들을 통한 간접규제는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여기엔 또 특정기업의 편중여신에 따른 은행경영상의 위험(리스크)을
줄이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우선 거액여신총액한도제에선 대기업들에 대한 편중여신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읽을수 있다.

현재도 동일인여신한도제와 바스켓관리제도등 편중여신을 막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동일인여신한도제는 개인이나 법인단위로 관리되어 특정계열의
여신을 종합적으로 규제할수 없게 돼있다.

또 바스켓관리제도는 5대 및 30대그룹의 총대출금만 관리하고 있어
은행들의 여신위험분산기능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거액여신총액한도제가
추가로 도입했다.

현재 30대 그룹에 대한 바스켓관리대상은 대출금기준으로 볼때
금융기관 총여신 2백64조의 19%인 50조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거액여신총액한도기준으로 보면 관리대상이 국내 모든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여신규모도 총여신의 23.2%인 61조원가량으로 늘어난다.

관리대상을 늘리는 대신 은행들의 여신운용틀을 바꿔 간접적인 방법으로
기업여신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거액여신총액한도"는 동일인 또는 동일계열기업군에 대해 은행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여 취급한 여신의 합계가 은행자기자본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A은행의 자기자본이 1조원일 경우 거액여신은 1조원의 15%인
1천5백억원이 된다.

따라서 1천5백억원이 넘는 "거액여신"의 합계가 자기자본의 5배인
5조원을 넘을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의 거액여신은 자기자본의 평균 3배수준이다.

당장은 한도를 초과하는 보람 하나등 2개은행이 유예기간인 오는
2천년까지 거액여신을 감축해야한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도 앞으로 기업대출때 이를 상당히 의식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게다가 거액여신관리에는 종전의 30대그룹에 대한 바스켓관리와는
달리 지급보증과 신탁대출금도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대기업들의
편중여신에 대한 관리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은감원은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한 거액여신을 세밀히 점검하도록
했다.

여신이 자기자본의 10%를 넘을때부터 이를 은감원에 보고토록 하고
평소에도 거액기준을 매월말 잔액기준으로 관리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들이 <>계열현황과 계열회사별 여신정보의 전산화 <>계열단위의
여신심사의 제도화 <>거액여신억제를 위한 자체점검체제구축등을
내규에 반영,운용하도록 하는등 편중여신을 막기위한 은행들의 내부통제도
강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은감원은 특정기업들에 대한 편중여신이 완화되면 은행경영상의
위험도 크게 줄어들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촉엽은행감독원여신관리국장은 "유럽연합(EU)이 은행자기자본의
10%이상을 거액여신으로 정하고 거액여신총액한도를 자기자본의
8배까지로만 하고 있는등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은행건전성확보를
위해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거액의 부도를 낸 덕산그룹의 경우처럼 특정은행이 집중적으로
여신을 주지않은 않으면 부도가 난다해도 특정은행이 피해를 뒤집어
쓰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의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기업에게는 자금확보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거액여신총액한도는 기업들에 대한 지급보증까지는 대상으로 하고있어
기업들에 또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시중자금이 갑자기
어려워질 경우 거액여신한도에 묶여 추가대출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도 있을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은감원은 그러나 이번 제도개편에서 대기업들의 직접적인 규제는
대폭 완화했다.

우선 10대 그룹의 기업활동에 굴레를 씌워왔던 기업투자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은감원관계자는 "부동산실명제의 정착정도나 경기동향을 감안,10대그룹
부동산취득제한의 완전 철폐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대기업들에
대한 직접규제는 앞으로도 계속 완화될 전망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