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사내에 서류를 없앴다.

모든 일을 컴퓨터로 처리한다.

대기업들조차 엄두도 못내는 통합관리생산(CIM)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다.

올들어 서류를 완전히 없애가기 시작한 회사는 일리 영신금속 동양피스톤
한국분말야금등 14개제조업체.

이들은 사무자동화(OA) 공장자동화(FA) 경영정보시스템(MIS)에 이어 설계
관리 마케팅관리등까지 온라인화하는 CIM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다.

서류없애기에 가장 앞장선 기업은 주식회사 일리.

플로터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이제 창고에 재고분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지를 직원이 직접달려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자재과에 놓인 퍼스널컴퓨터를 통해 물량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서울원효로에 있는 본사에서 경기 양주공장의 하루생산량을 체크할 수
있다.

이 회사가 CIM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93년 3월부터.

1대의 호스트컴퓨터와 20여대의 터미널로 통합시스템을 만들었다.

판매예측 외주 영업 인사급여 회계 생산스케줄 출하 창고관리 수출입 품질
관리등을 1대의 호스트에 입력시켜 분석할 수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이제 이 회사의 사무실에는 결재서류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공장에는 생산량확인도표가 없다.

구미에 있는 신성전자도 CIM을 일찍부터 시작한 케이스.

이 회사는 서로 계열관계에 있는 4개 회사를 1대의 호스트컴퓨터로 통합한
것으로 유명하다.

LG전자 협력업체인 이 회사의 신호범사장은 경남 합천의 합천전자, 경북
선산의 해평전자, 경북 군위의 신성사등 4개사를 혼자서 관리하기 힘들자
CIM을 구축할 마음을 먹었다.

신사장은 "전에는 이들 4개지역을 다돌아볼려면 승용차를 타고서도 하루해
가 저물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CIM을 구축한 덕분에 신성전자의 전산실에 앉아서 4개회사의 생산
스케줄을 모두 분석할 수 있게됐다"고 말한다.

이른바 근거리통신망을 활용, CIM을 만드는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덕분에 시간과 인력을 크게 절감한 것이다.

호스트컴퓨터를 도입, CIM을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로는 이밖에도 대양정밀
기계 신동금속공업 평화크랏치 한독알프스광학 강림기연등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호스트컴퓨터를 도입해 CIM을 조직하는데는 돈이 많이 드는
것이 흠이다.

적어도 3억원이상이 들어간다.

이같이 대규모자금을 들이지 않고 퍼스널컴퓨터만으로 LAN을 조직해 통합
관리체제를 마련한 기업도 늘어가는 추세다.

메디슨을 비롯 무등프라스틱공업 성인문화사 중앙제지 한국베랄등이 이러한
방법을 활용했다.

메디슨은 "1인 1PC"라는 모토를 내세워 전사원이 1대씩의 퍼스널컴퓨터를
갖도록 했다.

이미 92년부터 서울본사에 1백대 홍천공장에 30대등으로PC LAN을 구축했다.

이 회사엔 일반 게시판조차 사라졌다.

PC를 통해 동아리게시판을 만들었다.

사내우스게소리 물물교환소식 토론마당등 게시판꺼리도 전산을 통해서
알려진다.

기안결재 설문조사 고객소리 사장일정 회의록등도 물론 개인컴퓨터에
나타난다.

무등프라스틱은 바코드시스템을 기초로 통합생산체제를 갖춰나간 것이
특색이다.

이 체제를 구축한 덕분에 매출증가에도 불구, 6명의 인원절감효과를
얻었다.

제품의 불량률도 25%에서 3%로 줄었다.

CIM덕분에 업계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의 CIM구축을 지도하는 남상무중진공자동화실장은 CIM은 단순히
전산화를 통한 인력절감효과 외에도 다양한 성과가 뒤따른다고 설명한다.

"CIM은 원가부담을 비롯 재고관리 대금회수등이 연계관리 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도방지효과까지 있다"고 밝힌다.

드디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보다 앞서 CIM확립에 앞장선 셈이다.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트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