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30대그룹의 계열사현황을 보면 경제력집중완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그룹별로는 계열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신규업종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 구조조정이 활발히진행되고 있다는 청신호도
읽을 수 있다는데 특징이 있다.

또 공정위가 강조한 소유분산우량기업의 수가 의외로 적어 소유분산우량기업
우대제도가 자리잡기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담고있다.

0...경제력집중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군데서 확인됐다.

30대그룹의 계열사는 6백23개로 지난해 6백16개보다 7개나 늘어났다.

정부가 선단식경영을 노린 문어발확장을 억제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히고 이들 그룹들도 자체 선언을 통해 계열사를 정리하겠다 선언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말따로 행동따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예컨대 지난해 계열사정리계획을 밝힌 삼성그룹은 승용차사업신규진출
한국비료 서현역사등 공기업인수를 통해 오히려 계열사를 50개에서
55개로 늘렸다.

한진 기아 금호 두산 한라 효성 한보 동양 코오롱 고합 해태 우성건설
벽산도 계열사를 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대우 LG 선경을 비롯한 그룹은 계열사를 일부 줄이기도 했다.

특히 친족간에 경영을 분리한 미원그룹의 경우는 계열사를 22개에서
14개로 8개나 털어냈다.

계열사 뿐만 아니라 영업규모에서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0대그룹은 경상GDP(국내총생산)증가율 14.2%를 웃도는 17.4%의
매출신장률을 나타내 시장지배력이 더욱 커졌음을 반증했다.

0...구조조정은 활발히 진행됐다.

30대그룹은 식품 의류 수산등 사양업종은 정리하고 정보통신 할부금융
유통 환경업등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신규업종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43개기업을 처분하고 50개기업을 새로 사들이거나 세웠다.

진로그룹의 경우 구조조정차원에서 중소계열사를 매각 합병등의
방식으로 계열사가 5개나 줄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구조조정은 국내외 경기호조와 국제화바람을 타고
경제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유망업종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이같이 활발한 구조조정의 결과,재벌간의 자산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지난해 한솔제지를 분리해내 자산순위 3위로 떨어 던 삼성그룹은
신규업종진출을 위한 계열사확장으로 대우그룹을 다시 제치고 2위자리를
탈환했다.

또 법정관리의 혜택을 입고 있는 한보그룹은 총자산기준으로 순위가
지난해 28위에서 18위로 도약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구조적 어려움을 겪던 한일그룹과 삼미그룹은 20위밖으로
순위가 크게 밀렸다.

계열사를 친족에게 넘긴 미원그룹도 29위에서 30위로 떨어졌다.

0...공정위가 이번에 공정거래법을 고쳐 소유분산우량기업은 출자총액제한
에서 예외로 인정키로 했으나 혜택을 받는 기업은 금호건설 LG상사
LG전선 대우전자 대우통신 오리온전기등 6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룹계열사 전체가 출자총액제한예외를 인전받는 소유분산우량그룹은
한군데도 지정돼지 못했다.

당초 소유분산우량기업의 요건을 갖춘 기업은 30대그룹중 이들
6개사를 외에 삼성물산 해태전자등 2개사가 더있다.

삼성물산은 그룹구조조정계획으로 내부지분율이 높은 삼성건설과
합병할 방침이라 올해 신청해보았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아예 신청자체를
포기했다.

해태전자는 곧 증자를 실시하면 내부지분율이 높아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신청을 포기했다.

또 소유분산우량그룹 지정이 유력시 됐던 기아와 극동도 자기자본비율과
내부지분율요건을 맞추지 못해 지정을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들 두 그룹은 지정기준에 가장 근접해 내년에는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0...30대그룹이 자산이나 매출액 순익을 큰폭으로 늘리고있는 가운데서도
재무구조는 점점 약화되고 있어 30대그룹이 내실있는 경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자산총액은 93년의 11.8%을 훨씬 웃도는 17%가 증가해 2백33조4천억원으로
총자산이 처음으로 2백조를 넘어섰다.

매출액은 17.4% 증가한 2백48조9천억원,당기순익은 93년 1조6천억원의
2배를 넘는 3조6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삼성은 반도체 유화의 호황덕분으로 당기순익이 1조4천억원에
달해 전년비 3.3배나 늘었다.

그러나 30대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93년 20.1%에서 19.8%로 떨어져
대그룹들이 증자보다는 금융기관차입을 통해 규모를 키워오고 있음을
다시한번 증명해 주었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