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94년 자금순환동향(잠정)"은 크게 세가지
특징으로 나눠진다.

첫째 기업들이 주식 회사채발행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보다
은행대출등 간접금융을 통한 조달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조달비중은 93년 각각 52.9%와 31.4%로 직접금융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간접금융이 44.8%로 직접금융(38.8%)를 앞질렀다.

91년이후 3년만에 다시 역전된 것이다.

간접금융이 늘어난 것은 금리자유화이후 특수은행을 포함한 은행들의
수신이 크게 늘어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했기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의 지난해 자금조달규모는 39조3천억원으로 93년의 20조원에
비해 2배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직접금융은 주식과 회사채발행이 각각 30%이상씩 늘었으나
기업어음발행이 9조원에서 4조4천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금리가 높은 기업어음의 발행을 꺼렸기 때문이다.

양곡관리기금이 폐지되는등 국공채발행이 2조2천억원에서 9천억원으로
감소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두번째 특징은 금리자유화이후 은행들의 자금조달.중개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행들은 금리자유화폭이 확대되고 표지어음등 신상품개발이
러시를 이루면서 수신경쟁력이 강화됐다.

이에따라 은행의 자금조달규모는 93년의 20조원에서 지난해엔 40조6천억원으
로 2배이상 늘었다.

자금조달의 확대에 힙입어 은행들의 자금운용규모도 41조8천만원으로
전체 금융기관 자금운용규모(120조원)중 34.6%를 차지했다.

93년엔 이 비중이 22.7%에 불과했었다.

반면 다른 금융권의 자금조달운용규모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금전신탁 상호신용금고 및 상호금융등의 예수금이 19%가량 늘어나고
보험 및 연금도 10%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금조달증가가 둔화됨에 따라 자금운용의 증가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기록했다.

세번째는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커졌다는 점.기업들이 작년에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자금부족규모)
은 모두 48조원이다.

이는 93년(36조원)보다 33.6% 늘어난 규모다.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큰 것은 경기상승세를 반영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23.3% 늘리는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기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개인들의 자금잉여증가
율은 기업 자금부족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해 개인자금잉여규모는 93년(28조원)보다 18% 늘어난 33조원에
그쳤다.

이에따라 개인의 기업자금보전율은 78.3%에서 69.2%로 떨어졌다.

이는 91년(68.3%)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개인들의 자금잉여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1인당 GDP가 8천4백83달러에
이르는등 소득은 크게 늘었으나 PC 승용차등 내구소비자와 오락서비스
해외여행등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한편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금융자산 보유규모는
1천4백31조6천억원으로 93년말(1천2백3조2천억원)보다 19.0%(2백28조4천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선진국들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금융자산잔액을 경상GNP로 나눈 금융연관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작년말 4.77배로 93년말의 4.54배보다 다소 올라갔지만 일본(93년
7.10%) 미국(93년 6.16%) 대만(92년 5.68%)에 떨어진다는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