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등 국내3대조선사는 최근 영국의
P&O컨테이너사로부터 6천TEU급 컨테이너선 건조에관한 인콰이어리를
받았다.

6천TEU급 컨테이너선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6천개를 실어나를 수
있는 초대형선박이다.

일렬로 세워놓으면 37km나 되는 컨테이너화물을 싣고 시속46km(25노트)
로 달리는 배.이론상으로만 가능했던 고속의 대형화물선이 물살을 가를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P&O가 이번에 6천TEU급의 발주의사를 밝힌것은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5천TEU급의 건조에 착수한지 1년만의 일이다.

2천TEU급에서 4천4백TEU로 커지는데 7년,4천4백TEU에서 5천TEU로
가는데는 5년이 소요됐다.

이를 감안하면 대형화추세의 급속한 진전이다.

통상적으로 선박은 대형화되어 상당기간 운행돼 안정성과 경제성이
확인한 후 추가적인 대형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4천4백TEU급에서 6천TEU급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 과정이
모두 생략되어 버렸다.

현재 세계해운시장에 투입된 컨테이너선중 가장 큰 배는 4천4백TEU급이다.

5천TEU급은 96년에야 출범하게 된다.

5천TEU급이 물위에 떠다니기도 전에 6천TEU급의 건조가 이뤄질 판이다.

독일의 HDW사는 한술 더떠 8천TEU급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할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초대형유조선(VLCC)만큼 큰 컨테이너선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의 대형화혁명이 시작된 것은 지난91년.독일의 하팍
로이드사가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 4천4백TEU급을 투입하면서였다.

이선박은 길이가 2백81m나 되면서도 폭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수
있는 한계점인 32.25m로 설계되었다.

허리가 끊어질듯 날씬한 배이다.

속도도 23노트(그 이전은 19노트)로 빨라졌다.

세계해운업계는 이를 계기로 서둘러 초대형의 차세대 컨테이너선
건조에 들어갔다.

지난 60년대 컨테이너선이 출현한 이후 20년동안 2천TEU급에 머물었던
컨테이너선이 해가 바뀔 때마다 세대를 달리할 정도로 대형화됐다.

지난해에는 기존의 컨테이너선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른 5천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했다.

컨테이너선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있는 폭32m선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세계최초로 태평양 유럽항로를 겨냥한
폭 40m이상의 대형선 건조에 들어간 것이다.

속도또한 25.6노트로 끌어올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6천TEU급에 머물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항만의 하역설비사정과 경제성문제등으로 대형화도 한계는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사들의 서비스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있어 컨테이너선의
대형화와 고속화는 거역할수 없는 추세라고 말한다.

한.일.유럽의 세계적인 조선사들이 P&O의 이번 발주를 놓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있는 것도 초대형컨테이너선분야를 선점하기위한
포석이다.

발주규모 3~4척에 1척당 1억달러정도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매력보다 중요한 것이있다.

오는 2000년까지 해마다 29만TEU의 건조수요가 예상되는 주력선종이어서
승부를 걸어야할 필요성이 강조되고있는 까닭이다.

현대 대우 삼성등 국내조선사들은 이때문에 세계주요항만시설에
적합한 최적선형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