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형 회의-.대부분의 기업에 "회의는 비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회의시간단축을 위한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회의를 일정시간내에 끝내기위해 30분짜리 모래시계까지 등장했다.

윗쪽 모래가 아랫쪽으로 모두 내려가는 순간 회의 결론도출여부와는
관계없이 "파장"이다.

서서하는 회의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다.

의자없이 선채로 의견을 교환하고 토의할때 활력과 긴장감이 넘치고
기발한 생각이 솟구친다는것이다.

일부 기업은 회의 없는 "시간 또는 요일"이라는 색다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때는 전혀 회의를 하지 않는다.

이 시간대에는 모든 임직원이 회의뿐만아니라 전화연락 업무지시
사내외의 방문등을 하지 않는다.

담당자별로 자신의 업무에 집중토록 하고 있다.

회의단축운동은 중간간부와 실무직원회의에 그치지 않는다.

임원회의도 대상이다.

동양나일론의 경우 전임직원이 참석하는 회의는 월1회로 줄이는
대신 사안에 따라서 수시로 관련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기술개발회의에 영업담당 임원이 참여해 봤자 소용없다는것이다.

"회의에 시간을 뺏기면 영업할 시간이 없다.

회의할 시간조차 아깝다"는게 이 회사임원들의 주장이다.

이밖에 "미니회의"라는 5분 또는 10분간의 짧은 회의도 있다.

출근시간의 5분 내외의 순간회의가 사내의 정보유통을 가속화
시키기 때문이다.

회의자료를 3매 이내로 줄이는 회사(삼성중공업)까지 있다.

컴퓨터회의나 화상회 전화회의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회의시간을
단축하는 하이테크회의도 있다.

이처럼 기업이 회의의 횟수와 건수를 줄이기위해 안간힘을 쓰는것은
"회의시간은 곧 돈"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부터.삼성전자는
최근 "시간에도 질이 있다"는 보고서에서 임직원의 1초당 인건비를
5.1원으로 추산했다.

결론없는 1시간 회의에 참여하면 기회상실의 피해외에 순수 인간비만도
1만8천6백30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회의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연간 사내 영업전략
회의와 부서회의등 1백67종 9천3백39회의 회의가 열렸다면서 이들 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8천5백44시간(23억원)이 달한다고 집계했다.

둥국제강은 올연초 사원들에게 배포한 사무혁신방안 책자에서 "회의의
80%는 무의미한것"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측은 "만나서 의논하지 않고 의논해도 결의가 없으며 결의해도
행하지 않고 행하여도 책임을 묻지 않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다"고
단언하고 "이런 회의는 회의라는 이름을 빙자한 휴식이나 책임회피장소,
변명하는 장소라고 밖에 할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사내외의 의견이 비등하자
"회의를 줄이는 방법을 논의하기위한 회의"까지 여는 기업들은 새겨들을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