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에 국제금융시장에 등장한 파생금융상품이 외환시장불안을
야기하는 주범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은 당초 국제환율과 금리 주가변동에 따른 업계의 손실을
방지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헤지(위험회피또는 분산)가 이 상품의 근본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헤지기능은 퇴색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애용상품이 됐다.

미회계검사국(GAO)에 따르면 현재 세계파생상품거래의 90%이상이 헤지가
아닌 투기목적을 띠고 있다.

연간 17조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거래중 15조달러이상이 투기목적인
셈이다.

투기거래는 성격상 돈을 벌때는 천문학적인 돈을 번다.

그러나 잃을때는 한 기업을 파산시킬 정도로 손실규모가 엄청나다.

최근 주가지수선물거래에 실패, 10억달러의 손실을 내고 파산한 영국
베어링은행은 파생상품으로 망한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밖에 지난 1년사이에 금리스왑과 옵션, 통화스왑등 파생금융상품에
손댔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은 예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1억2천만달러를 날려버린 미프록터&갬블사, 20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파산
지경에 몰려있는 미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지방정부, 1억1천9백만달러
의 피해을 입은 일본산소사등 손실규모가 1억달러를 초과하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기업들이 파생금융상품에서 막대한 손실을 볼경우 이것이 그기업
하나만의 일로 끝나지 않는데 있다.

유명기업이 파생금융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즉시
증시를 필두로 환시등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것이 현실이다.

베어링사태가 단적인 예이다.

지난달말 베어링은행의 파산이 알려지자 세계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여파는 외환시장으로까지 미쳐 국제환율이 크게 출렁였다.

손실위험성이 어떤 금융상품보다 높은 파생금융상품은 구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소지를 안고 있다.

외환및 주식시장등 기초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급변성-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고조-파생금융거래실패-기초금융시장혼란의 순서로 기초금융시장과
파생금융시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이다.

이같은 구조에서 파생금융상품이 본연의 헤지기능만을 수행할때는 기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커버, 전체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안전판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파생금융시장이 투기장화됨으로써 시장안정이라는 순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90년대들어 파생금융시장은 기초금융시장의 혼란을 촉발하는 뇌관으로서의
역기능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파생금융시장에서 움튼 한탕주의심리는 환시와 증시로 파급, 전체금융시장
을 돈놓고 돈먹는 머니게임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지적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달러가 폭락하고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배경에는
파생금융시장의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생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파산은 증시
불안을 초래했고 증시불안은 외환시장에 불안심리를 자극, 환율이 급격하게
요동치는 국제외환시장위기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시장의 투기화를
차단할수 있는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파생금융거래를 그날그날 체크, 전체거래상황을 시장에 고시하는
등의 즉각적인 거래실태파악체제는 파생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 거래
위험도를 낮출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목소리에 부응,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통일거래기준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선진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은 거래기법이 워낙 복잡하고 고도화돼 있어 안정화
대책이 나온다해도 그 효과는 의문시되고 있다.

이때문에 파생금융시장의 혼란은 지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국제금융시장불안
은 언제라도 재연될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