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스웨덴의 제약회사 애스트라가 펼치고 있는 성장전략이다.
구미에서 위궤양 치료제 로젝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대표적인 고성장 제약
업체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280억크로나(3조800억원), 세전순익은 96억2,000만
크로나(1조600억원)로 각각 24%와 23% 급증했다.
전망도 밝다.
샐러먼 브러더스의 제약산업분석가인 피터 레잉은 앞으로 적어도 5년간은
애스트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약회사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애스트라의 간판상품인 위장약 로젝만 보더라도 지난해 172억크로나
이던 매출이 98년에는 374억크로나로 2배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가 라이벌 웰컴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을때
애스트라는 "인수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애스트라의 핸컨 모그렌회장(50)은 "우리가 왜 웰컴을 인수하느냐"
며 거절했다.
애스트라가 세계 제약업계의 인수 합병바람을 외면하는 이유는 자신 있는
분야, 즉 치료제 부문에 주력하기 위해서이다.
모그렌회장은 혁신적인 제품이 개발됐을 때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다는
경영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모그렌회장은 제약산업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스웨덴 최대의 캔디회사에 몸담고 있다가 88년에야 애스트라의 최고경영자
로 옮긴 인물이다.
그는 애스트라의 경영권을 잡자마자 회사의 보수적인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로젝을 비롯한 4개의 치료약품에 주력하되 자사의 약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직접 관장하는 형태로 판매체제를 일신한 것이다.
애스트라는 스웨덴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않는 세계기업이다.
이 회사의 매출 가운데 85% 가량이 해외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그렌이 회장으로 취임하기 이전까지는 약을 만들어 판매회사에
넘기는데 만족했다.
모그렌은 캔디회사에서 익힌 마케팅 실력을 애스트라로 옮긴뒤 유감없이
발휘했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시장 공략법을 혁신한 점이 두드러졌다.
애스트라는 미국시장에서는 세계최대의 제약회사인 머크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로젝 등 자사 약품 판매를 머크에 일임한채 뒷전에서 구경만 했다.
머크와의 13년 판매계약 시효는 지난해 종료됐다.
이를 계기로 애스트라는 미국 제약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8억2,000만달러를 들여 머크와 50대50 비율로 합작해
애스트라머크라는 약품판매회사를 세웠다.
형식은 합작이지만 애스트라는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애스트라는 이 합작회사를 통해 자사의 치료약들을 미국시장에서 적극적
으로 판매할 셈이다.
일본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오랜 동반자인 후지사와 제약으로부터 합작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아 조만간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경쟁사인 시바가이기로부터 자사의 고혈압치료제 플렌딜의
판매권을 회수했다.
그동안 후지사와에 매달려 있는 바람에 애스트라는 자사의 간판약품의
하나인 천식약 펄미코트를 일본시장에 내놓지도 못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젝 역시 시장점유율이
미미하다.
애스트라는 이제 로젝.플렌딜.펄미코트 등 자사의 대표적인 치료제들을
일본시장에서 직접 판매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셈이다.
모그렌회장은 자신에 차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