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정밀 상해영업소장인 박일성과장(33).그는 중견 컴퓨터 업체인
태일정밀에 근무한지 채 2년도 안됐다.

그러나 박과장이 지난 93년8월 입사이후 지금까지 거둬낸 성과는
보통사람의 20년간 실적에 맞먹는다.

회사측 평가가 그렇다.

그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대부분 손들고 나온 중국의
컴퓨터 시장에 확고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지난해 중국 중앙정부가 입찰에 부쳤던 교육용 컴퓨터 공급권을
따낸게 대표적이다.

미국 일본등의 세계적인 컴퓨터회사들을 제치고 대만의 ACER사 LEO사등과
함께 한국업체로는 유일하게 태일이 중국 각급 학교에 보급될 PC(개인용
컴퓨터)공급권자로 공식 지정된 것.이를 통해 지난해말 PC 2천대를
팔았고 금년엔 10만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올들어선 중국 정부의 PC 프린터등 OA(사무자동화)기기 1차
공개입찰(10만달러 어치)에서 낙찰돼 조만간 있을 1천만달러 규모의
2차 입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 놓았다.

박과장의 이같이 혁혁한 "전공"은 다소 독특한 그의 이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모두 서울 한성화교학교에서
교육 받았다.

부모가 화교여서가 아니다.

단지 부모들의 교육 욕심과 우연한 기회가 닿아 화교학교에 입학했다.

고교졸업후 대학도 내친 김에 대만 문화대학에 유학,중문학을 전공했고
이 곳에서 법학석사까지 받았다.

그는 그래서 중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한다.

중국사람들도 그를 중국인으로 알아 볼 정도다.

"우선 중국어에 자신이 있으니까 현지인들과 친해질수 있고 또
그들의 문화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할수 있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중국인들은 특히 "인간 관계"를 중시하거든요.

그들 방식대로 생각하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리
의심이 많다는 중국인들도 자연스레 넘어오게 되지요" 어쨌든 태일정밀은
박과장과 비슷한 경력의 중국 전문가를 9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북경 상해 하얼빈 성도등 중국 곳곳에서 맹활약중이다.

중국인 바이어 안내를 위해 잠시 귀국한 박과장은 "중국 시장은
마치 형체가 없는 "도깨비 시장"같지만 인내를 갖고 바닥부터 다지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도전해 볼만한 곳"이라며 "중국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