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환기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AT&T 등 외국업체들의 대한
시장개방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국내 교환기 4사가 사면초가에 빠져
들고 있다.

삼성.LG.대우.한화등 4사는 특히 AT&T사가 최근 자국정부를 앞세워
품질인증 절차를 생략한채 신형 교환기의 대한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공동 대책을 마련해 13일에 공식 발표키로 했다.

1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AT&T사의 품질인증절차 생략요구는 국내법을
무시한 부당한 압력일 뿐 아니라 한국시장 조기진입을 통해 국내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지적,적법한 품질인증 절차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강력히 전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AT&T사는 신형교환기인 "5ESS-2000"의 국내 공급자격 획득을 위해
자국정부를 통해 1년 이상이 소요되는 품질인증 절차를 생략,곧바로
공급자격을 얻어 입찰에 참여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내 교환기업체들은 국내 수요가 갈수록 줄어듦에 따라 해외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작년이후 수출마저 급격한 감소세로
반전,경쟁력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내수물량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국설교환기 물량은 90년
2백68만회선에 달했으나 작년에는 1백만회선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는
60만~70만회선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설교환기 시장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국내 통신시설이
93년말 2천만회선을 넘어서면서 전화수요가 완전 충족됨에 따라
별다른 대체 공급물량이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출물량도 지난해 7천2백78만7천달러 어치로
전년보다 26.7% 줄어드는등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이처럼 약화되고 있는 것은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한국통신의 국내 설비조달물량을 나눠먹기식으로
의존하는데만 안주,자생적인 경쟁체질을 갖추지 못해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업체간 실질적인 경쟁을 통해 물량을 1~2개업체로 집중
배분,국제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거나 현재의 4사체제를 과감히 1~2사체제로
통폐합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추창근.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