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은 서부개척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던 19세기말
20세기초 한 미국가정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대서사시다.

미국 개봉당시 7주연속 흥행순위 1위를 차지,주연 브래드 피트를 일약
톱스타 반열에 들게 한 작품.

1차대전이 시작되기 전 평화로운 시골목장. 퇴역군인인 러드로우대령
(안소니 홉킨스분)의 세아들 알프레드, 트리스탄, 새뮤얼은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세째아들 새뮤얼이 약혼녀 스잔나를 목장으로 데려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1차대전 참전을 둘러싼 부자간의 갈등과 새뮤얼의
전사, 스잔나를 둘러싼 형제간의 사랑다툼등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가족이 당면하는 혼돈을 격정적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영화의 전편을 가득 메우고 웅장한 배경음악이
관객을 압도한다.

안소니 홉킨스를 비롯한 출연배우의 조화로운 연기와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연출력이 합쳐져 대작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둘째 트리스탄(브래드 피트분)이 겪는 좌절과 방황이 커다란
모티브로 작용하면서 영화는 삐걱거린다.

이때부터 카메라앵글은 보통사람들과 고통감내 방식을 달리하는 인물,
트리스탄을 부각시키려 한다.

영웅을 만드는 할리우드식 영화제작메커니즘을 확인해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영화의 끝부분은 당혹스럽다.

세월의 무게 아래 점차 변해가는 가족의 삶을 각각의 배역에 나름의
초점을 두고 조망해가던 영화가 갑작스레 트리스탄 개인 중심의
스토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신화적 요소도 눈에 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배경을 그대로 살려낸 촬영기술, 전편을 압도하는
배경음악, 출연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진 영화에 미국인들은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18일 대한극장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