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리가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이용,3억원상당을 대출받아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금융실명제를 위반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금융계에따르면 장기축전하나은행대리는 지난 1년여동안 친인척
친구등의 이름으로 하나은행방배서래출장소와 대우센터지점등에서 3억
원상당을 대출받은뒤 지난해 12월부터 나타나지 않고있다.

장대리는 전직장동료등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줄테니 신분증을 복사해
달라는 식으로 주민등록증사본을 입수한뒤 본인이 직접 대출서류를 작성,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대출을 부탁한 적도,동의한 적도 없다"며
"이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와 금융계에선 하나은행이 장씨가 제출한 서류만 믿은채 대출자
본인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금융실명제에 관한 특별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그러나 "대출서류가 완벽한데다 은행직원인 장씨가 실명을 확
인한 것이므로 실명제위반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장씨가 유용한 돈은 7천1백만원에 불과하다"며 "이중 장
씨의 부친이 4천2백만원을 상환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돈은 2천9백만원
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장씨가 3억여원의 돈을 유용했으나 은행이 대부분을
손실처리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이름을 도용당한 사람들에게 상환을 요구하
다 현재는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씨는 무단결근으로 지난1월 퇴직조치됐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