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간장.

한때 일본에서 상품화돼 히트를 친 상품이다.

이 간장은 간장업체사장과 염료업체사장이 우연히 한자리에서 만나 서로가
가진 기술을 얘기하다가 의견합치로 개발해낸 기술이다.

이 간장은 이른바 일본의 X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이들 중소기업자들은 초록색 투명색등의 여러간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분야가 서로 다른 중소기업들이 판이한 기술을 조립해 완전히
새기술을 탄생시키는 것을 기술융합화라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식품 건자재분야등에서 이러한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기술융합화현상의 바람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오히려 일본보다 한발앞서 첨단기술에서 컨설팅 소프트웨어분야까지
"노하우융합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이들중 가장 먼저 시작한 케이스는 대전지역 8개 중소기업이 추진한
노하우 융합화이다.

삼일선재를 비롯 예산철강등 사업분야가 전혀 다른 기업들이 자기가 가진
노하우의 일부를 제공,조립해 첨단주차설비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장재권사장등 이들 8개중소기업사장들은 지난해초 대전신용보증기금이
마련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주차난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했다.

요즘의 신기술개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어 각자 가진 기술을 조금씩 내놓아 첨단주차설비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됐다.

이 제안은 즉시 받아들여졌다.

이들중 한일송전설비는 산업플랜트기술을 내놓았다.

대흥상사는 유공압기술을 제공했다.

예산철강은 철강자재를 공급했다.

삼원컴퓨터는 주차설비의 자동제어및 소프트웨어를 지원했다.

평화금속은 주물보조자재기술을,삼일선재는 선재기술을 각각 제공했다.

이들은 노하우융합화를 통해 밸런스체인형등 9가지 첨단미니형주차설비를
개발한 것이다.

이 8개 중소기업인은 일본식 융합화보다 훨씬 앞서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자는데 의견을 굳히고 지난 연초 각자 자금을 투자해 대신산업이란
주차설비회사를 세웠다.

대신산업은 국내에서 첫 노하우융합회사가 된 셈이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을 12억원으로 잡고 내년부터 본격 확장작업에 나선다.

노하우융합화 덕분에 8개기업 모두가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수도권지역에 있는 14개 중소기업들이 추진중인 노하우융합은 더욱
색다르다.

전자 염색 화장품 보일러등 여러종류의 기업들이 모여 기획및 컨설팅업무를
개발키로 한것이다.

박소범 삼협전자사장이 주축이 된 이들 14개사 사장들은 중소기업의 경우
기획조정업무에 약한 점을 감안,각회사의 기획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하나씩
내놓기로 했다.

이중기 동양보일러사장 김학권재영금형사장등 14명 모두가 이 의견에
동참했다.

이들 14개 기업인은 현재까지 모인 노하우를 조합해 별도의
기획조정실회사를 만드는데까지 합의한 상황이다.

노하우융합화는 드디어 기획조정실 전담회사란 앞서가는 회사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전북 이리지역의 15개 회사사장들이 모인 친목단체인 마한회회원들도
노하우융합화에 한창이다.

남성쎄라믹 태화 한성공업등 이들 15개사는 업종부터가 엄청나게 다르다.

양말 스푼 레미콘 모피 농기계 열처리등 다양한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기술을 제공,이를 조립해 공동설비회사를 만들 것을 추진중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분야의 노하우융합화는 이미 8개 그룹 56개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추진중이다.

레이저가공기를 만드는 한광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솔로몬시스템이
관계를 맺었듯 2개기업이 노하우융합화를 하는 회사는 엄청나게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계가 새롭게 창안한 전략인 노하우융합화는 앞으로 업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