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 파3홀에 도착했다.

거리는 130m였다.

처음 필드에 나오기는 했지만 그동안 "골프 공부"는 워낙 열심히 한
김과장. 그는 "거리에 맞는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레슨프로가 말하길 6번아이언이 130m는 나간다고 그랬다.

그런데 그린앞에는 연못이 있기때문에 모르긴 몰라도 짧은것 보다는
긴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면 5번 아이언으로 칠까. 아냐. 그러다가 훌렁 넘어가면 그것도
망신이다" 여기서 입학시험에서 수석합격도 해 봤고 회사내에서도
컴퓨터두뇌로 이름난 김과장은 그 "영특함"에 걸맞게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일단 5번아이언을 잡고 그대신 티마크에서 뒤로 5m쯤 물러나 샷을
하자.그러면 적당히 거리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라는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골프의 정신은 전에 말했다시피 "공평함"이 최우선이다.

김과장같이 뒤로 얼마든지 물러날수 있으면 "홀의 거리"라는게 의미가
없다.

앞으로 가도 안되지만 규정이상 뒤로 물러나도 안되는게 골프의 규칙
이다.

규칙이 허용하는 티샷구역은 티마크(보통 둥근 볼모양으로 표시된다)
에서 뒤로 2클럽길이까지의 사각형구역이다.

그 2클럽은 드라이버길이로 잰다고 생각하면 된다.

볼만 그같은 티샷구역안에 있으면 스탠스는 구역을 벗어나도 상관없다.

티샷구역 밖에서 샷을 하면 2벌타를 먹고 다시 티샷구역안에서 샷을
해야 한다.

<>.골프장에 가보면 티마크가 여러종류가 있다.

주로 빨간색과 흰색, 그리고 파란색이다.

빨간색 티마크는 여성용이다.

골프는 워낙 인심이 후해서 거리가 안나는 여성들은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빼내준다.

홀에 당도해 그린쪽으로 가장 가깝게 있는것이 빨간색 티마크이다.

흰색은 "레귤러 티"이다.

바로 김과장같은 아마추어남성골퍼들을 위한 티마크 표시이다.

청색티는 프로들과 같은 선수용이다.

물론 가장 뒤에 있기때문에 홀까지의 거리가 가장 길다.

이같이 세종류의 티가 있으니 만치 처음 골프장에 나가 청색 티로
오르지 말고 흰색 티로 가라는 얘기다.

당신이 미스김이라면 물론 빨간색 티에서 치는게 정답이다.

<>.골프볼을 올려놓는 쇠못같이 생긴 나무도 티(tee)라 하지만
티잉그라운드도 골퍼들은 그냥 "티"라고 부른다.

가장 잘못 사용되는 경우는 티 업(up)과 티 오프(off)이다.

티업을 그대로 티위에 볼을 올려놓는 것을 뜻할뿐이고 티 오프는
"티에서 떠난다"는 의미로 골프의 시작을 뜻한다.

따라서 부킹시간을 뜻할때는 "티 오프 타임"이 맞는데 골퍼들은
대개가 "티업 타임"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으로 그대의 "수준"을 드러내지 말자는 얘기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