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파문은 왜 끊이지 않는가.

지난해말 멕시코 페소화 폭락으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동요가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지난달엔 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생상품 거래실패로 출렁이더니 3월
들어서는 미국 달러화가 연일 폭락,6일 도쿄시장에서 한때 92.7
0엔을 기록하는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외환시장에서는 독일 마르크화가 초강세를 지속하면서 유럽통화체제(EM
S)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동요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달러화의 폭락은 국제환율체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어
문제이다.

올해는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달러화가 연일
폭락하자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인 요인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앤드류 크로켓 사무총장은 5일 APDJ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유지를 위한 미금융당국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달러화 가치하락이 근본적으로 미금융당국의 외환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발언이다.

6일 도쿄시장에서 달러화가 폭락한것도 달러가치를 부양하려는
미국 연준리(FRB)와 독일 분데스방크의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지난 3일 단행된 15개국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협조개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달러화를 대거 팔아치웠다.

미국은 93년부터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의 일환으로 엔화강세를
부추기다가 지난해에는 "더이상의 달러하락을 원치 않는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올들어 장기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자 달러 하락을 묵인하고
있다.

FRB와는 대조적으로 분데스방크는 통독이후 "마르크 강세" 외환정책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이 바람에 유럽 각국은 고금리에 시달리긴 했지만 독일경제는 인플레
압력을 극복하고 통일 5년만에 회복기를 맞고있다.

달러화 가치하락의 또다른 원인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경제가 확실한 회복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독일에서는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금리가 최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외환시장에 팽배해
있어 달러화 기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달러화 가치하락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거대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이다.

지난해말부터 멕시코 페소화가 폭락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으로 부상한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클린턴정부의 의지도 약해졌다.

외환투기꾼들은 미국경제의 이같은 맹점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멕시코 금융위기,한신(판신)대지진,유럽외환시장의 불안등은 이들에게
달러를 팔아치울 기회를 제공해 주었을 따름이다.

달러화의 전망은 지금으로서는 밝지 않다.

유럽연합(EU) 통화위원회가 5일 비상회의를 소집,스페인 페세타화와
포루투갈 에스쿠도화를 평가절하함에 따라 마르크화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

따라서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어도 약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정부는 6일 달러폭락으로 엔화가 급등하자 구조적인 요인이
아닌 투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선진국들이 달러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말이 사실인지 수일내에 확인하려 들것이고
예상대로 FRB와 분데스방크의 의지가 약한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달러화를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외환전문가들은 3월말 일본 회계연도가 끝나면 상황이 달라질수
있다고 말한다.

1월말부터 달러 하락이 가속화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대지진후 확대된 부실채권을 상각하기 위해 해외투자자금을 대거
환수하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된 점이 꼽히곤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94회계연도가 끝나면 이같은 우려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쯤이면 달러가 너무 떨어졌다는 견해가 우세해지면서 오름세로
돌아설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