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 파는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증권사직원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주식을 사준 기관투자자 소속 펀드매니저등 21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이중 10명이 구속됐다.

증권사직원들과 기관투자자의 펀드매니저들이 결탁, 특정주식의 시세를
조종한혐의로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검 특수1부(정홍원부장.김진태 검사)는 27일 소위 "작전"을 통해
주당 1만8천원짜리 부광약품주식을 3개월사이에 무려 12만8천원까지 끌어
올린 동방페레그린증권 김용복씨(29)와 현대증권영업부대리 김남기씨(30),
홍우하우징대표 박용우씨(46)등 3명을 증권거래법위반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김남기씨로부터 부광약품주식을 사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
3천만원을 받고 주식을 사준 고려씨엠생명보험 펀드매니저 허필호씨(34)와
1억원을 챙긴 장기신용은행 펀드매니저 고재현씨(31), 8천만원을 받은
중소기업은행펀드매니저 공철영씨(42)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함께 구속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지난 92년말부터 93년 2월까지 위탁관리중인 18개 고객
계좌를 이용, 제일엔지니어링,대한제당,삼희통운,배명금속주식등을 반복
거래해 주가를 끌어올린 동아증권 서초지점장 양종모씨(37)등 4명도 구속
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2월 16회에 걸쳐 한솔제지주식 5만2천여주를 반복적
으로 매매, 주가를 3만3천여원에서 3만6천여원으로 시세조종하는등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선경증권 이충만씨(38)등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박씨는 김씨등과 공모, 지난해 9월경 부광약품을
작전대상 종목으로 정한 뒤 10월15일과 28일사이 6개증권사 8개지점의 30개
계좌를 통해 주당 1만8천~2만3천원에 15만7천여주(35억원어치)를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박씨등은 또 부광약품주가가 일시 하락기미를 보이자 구속된 펀드매니저들
에게 접근, 돈을 주고 대량으로 주식매입에 나서줄 것을 부탁, 주가를 최고
7배까지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검찰조사결과, 부광약품주가가 이처럼 급상승하자 일반투자자와 다른
기관투자자는 물론, 외국인투자자까지도 주식매입에 가세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주가가 최고 12만8천원까지 오른 사실을 밝혀냈다.

기관투자자 펀드매니저들이 금품을 받고 매수한 주식수는 장기신용은행
2만5천1백10주, 중소기업은행 2만3천2백80주, 고려씨엠생명보험 3천9백
60주, 지방행정공제회 1만9천1백90주등 7만1천5백40주이다.

서초지점장 양씨는 제일엔지니어링주식을 고객계좌를 통해 3백44차례에
걸쳐 사자, 팔자를 반복해 총 15만5천여주의 시세를 조종했으며 이같은
방법으로 92년12월 당시 1만9천4백원이던 주가가 3만4천원까지 상승시킨
혐의등을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 "한국증시의 규모는 세계8위인데도
거래형태는 후진국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앞으로도
건전한 자본시장형성과 일반투자자보호를 위해 시세조종사범에 대해 지속적
으로 수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기완.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