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겨울가뭄으로 일반 가정에서 절수가 생활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를 선도해야할 정부부처나 공공기관들이 절수운동을 사실상 외면,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이홍구총리주재로 가뭄대책회의를 열어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절수대책을 마련, 시행토록 결정한 것이 지난
13일.

그러나 절수계획을 마련, 환경부에 통고하도록 정한 시한인 25일까지 조치
를 취한 곳은 전국 98개 대상기관가운데 교육부,국가보훈처,해운항만청,
중소기업진흥공단등 겨우 4개기관에 불과했다.

이들 4개기관이라고 엄청난 절수운동을 벌인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일상적
으로 펼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을 보면 나머지 기관이 얼마나 "절수운동을
외면"하고 있는 지를 짐작케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경우 매주 화.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급수를 중단했고 주차장등 외곽시설에 대해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만 급수토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매주 수요일을 절수의 날로 정해 오전 10~11시, 오후
2~4시까지등 3시간은 화장실을 제외한 나머지 급수시설의 물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세면대와 싱크대의 물공급은 격층단위로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해운항만청도 매주 수요일 3시간반동안 본부청사및 항만구역내 수세식변기
물통에 벽돌과 빈 병을 넣어 절수를 생활화하고 있고 세면대와 샤워장등의
수도꼭지에는 절수용구를 이미 부착했다.

환경부 상하수도국 공무원들은 대상기관관계자들과 통화하느라 상당히
지친 표정이다.

아무리 협조요청이라고는 해도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의 결정사항인데도
"조금만 기다려라" "곧 연락하면 될 것 아니냐"등 불성실한 대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때문이다.

한편 환경부는 기상청이 이미 장기예보를 통해 오는 6월까지 비다운 비가
내릴 확률이 거의 없다고 예보함에 따라 이를 공공기관의 절수추진실적을
매월 취합키로 하는등 지속적인 절수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 양승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