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식 하의상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최고경영자의 지시에 따라
종업원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종업원으로 부터 의견이 모아지고 이를
최고경영자는 추인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종업원에게 많은 권한위임( empowerment )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는 일본에대한 인식이 오도된 경우이다.
세계 최대 전기제품회사인 마쓰시다의 예를 보자.
마쓰시다의 재무통제시스템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회사인 필립스의 제도를
기본으로 하여 만든 것이다.
마쓰시다에서는 6개월바다 각부서의 책임자가 3개의 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하나는 5개년 장기계획이며 주로 기술과 환경변화에 따른 부서의미래 설정에
관한 것이다.
두번째는 2개년 중기계획으로 각 부서가 장기계획에 의거한 생산능력의
확장과 신제품개발에 관한 계획이다.
이 두계획은 각 부서에 의해 준비되어 최고경영층에 제출되기는 하지만
최고경영층이 이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적은 거의 없다.
최고경영층이 가장 관심을 쏟는 계획은 세번째의 계획으로 이는 단기 6개월
계획이다.
이 6개월 계획에는 생산 판매 이익 재고 외상매출 인력수요 품질관리목표
시설투자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모두 수록되어 있다.
물론 소위 대기업이라고 하면 이 정도의 계획은 모두 수립하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다른기업들이 애매모호한 목표를 수립하거나 장기적인 전력적목표의
달성과는 무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쓰시다에서는
이 6개월 계획에 반드시 계량화된 목표가 제시돼야하며 측정불가능하거나
장기 전략과 상반되는 목표의 수립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게하기 위해 최고경영층이 이 계획의 검토에
엄청난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이러한 계획의 완벽성과 실현가능성을 최고경영층이 확인하면 이
계획의 실행에 관해서는 거의 실무자의 재량에 맡긴다.
이러한 최고경영층의 계획실행상의 불간섭을 피상적으로 해석한 결과가
일본의 경영은 종업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데 있다고 보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계획의 수립단계에서 이미 일본인 특유의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
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단 이러한 검토가 끝나면 실제로 최고 경영층의 할 일이라는 것은 6개월
후에 계획된 목표와 실적과의 차이만을 검토하여 이의 원인을 파악 수정
지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일본 경영의 강점이라고 할수 있다.
필자가 일본인과 같이 일한 경험으로는 일본인은 사전 준비에 매우 철저하며
계획수립에 세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자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실무자에게 끊임없는
질문공세를 편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실무자들이 질문에 대비하여 철저한 계획의 검토및
사전준비를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은 물론 실무자들 자신이 속해있는
분야에 전문가가 되게 하는 좋은 훈련과정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일본부터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최고경영층의 독특한
경영방식 즉,계획단계에서의 철저한 테스트,그리고 이 과정을 거친 계획의
실행을 실무자에게 맡기는 방식이라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