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때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가가 군사목적으로 수용한
민간인 땅의 반환여부에 대해 하급심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 법을
근거로 수용한 총 1천39만여평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6월말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 위헌결정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느냐(소급효)에 따라 이 땅의 향방도
달라지게 돼 이해당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10일 법조계 및 국방부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2,21민사부는 지난해말
"위헌법률인 특별조치법에 의해 국가가 땅을 수용한 것은 원인무효"라며
"국가는 땅의 소유권을 원소유주에게 되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서울민사지법 23단독과 합의18부는 "특별조치법이 위헌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당시 국가의 수용처분이 당연무효는 아니다"며 "국가는
땅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엇갈리게 판결했다.

이에따라 해당부처인 국방부는 위헌결정이 났더라도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2항과 서울민사지법의 판결을 들어 대법원
에서 최종승소하리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헌결정을 받은 사건은 물론,위헌결정 당시 계류중인
유사소송과 위헌결정이후 제기된 소송에까지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친다는등의 판례를 내놓은 적이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91년 6월 위헌결정을 받은 사건에 대한 소급효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국회의원 선거기탁금의 국가귀속을 규정한 당시 국회의원
선거법 33,34조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이후 제기된 정인봉씨사건에서
"위헌제청을 하는 것은 위헌결정후 위헌법률의 적용을받지 않기 위함"
이라며 "위헌제청을 통해 위헌결정을 받은 당해 사건에 한해서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특별3부는 또 위헌이 나중에 났더라도 그 법률에 따라 이뤄진
위헌결정전의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라고 판결,행정처분에까지 소급효를
인정한 적도 있다.

89년 12월18일 헌법재판소가 국보위 입법회의법 부칙 제4항에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뒤 2년후에 선고된 장욱상씨사건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후 91년 12월 이갑채씨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위헌결정의
효력은 법원에 제소돼있는 사건중 쟁점이 같은 사건에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소급적용된다"고 판시,계류중인 동종소송도 구제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더나아가 위헌결정이후 제기된 사건도 소급효의 대상이
된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지난 93년 1월15일과 11월26일 선고했다.

국유지의 시효취득과 관련된 사건에서 선고된 이 판례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2항과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그동안의 판례를 뒤집는 "위헌결정의
소급효 완전불인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당시 위헌결정된 구상속세법 제9조2항에 의해 부과된 증여세등
처분의 무효주장에 대해 "위헌결정이전에 이뤄진행정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볼수는 없다"고 판결,세금반환을 요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전에도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수 없다"며 "따라서
당시 행정처분이당연무효는 아니다"고 밝힌 것이다.

이 판례는 이전에 선고된 판례와 법이론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관련 이 분야전문가인 배태연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소급효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가 여러가지여서 정비가 시급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일부 변호사들은 국방부가 수용한 땅에는 중요한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반환까지는 해주지 않더라도 정당한 보상법에 따라 재수용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며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