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연구소가 2천개를 넘어섰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7일 재영금형정공 부설 프라스틱응용기술연구소가
2천번째로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81년10월 처음으로 53개 기업연구소 인정이 이뤄진지 14년2개월만에
2천개로 늘어났다.

민간기업연구소에 근무중인 연구원은 4만9천3백82명으로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연구소가 지난해 기술개발에 투자한 자금은 5조6천7백억원으로
매출액에 대한 비율이 2.97%로 높아진 것으로 산기협은 추정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90년대들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지난91년4월
1천개를 넘어선후부터 매년 2백개이상씩 증가,3년10개월만에 두배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3백21개가 새로 문을 열어 하루한개꼴로 신설된
셈이다.

이같은 연구소 급증은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이 세운 부설 연구소가 모두 1천3백70개로 대기업부설의
두배쯤된다.

민간기업연구소는 전기전자 기계 화공등 첨단분야에 집중돼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수도권에 밀집돼있다.

기업부설연구소 2천개 돌파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기술개발활동이
급속한 팽창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8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기술개발활동이 90년대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기술개발에
대한 동반자적인 의식이 싹트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는
평가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재의 과학기술연구원) 설립.

그러나 민간차원에서는 이보다 10년이상 뒤진 70년대말에 시작됐다.

78년9월 당시 박정희대통령의 매출액3백억원이상 기업의 연구소 설립
권장에 따라 다음해 2월 민간연구소 설립추진협의회가 만들어진
이후이다.

제도적으로는 81년 틀이 마련돼 과학기술처가 그해7월부터 기업연구소
신고업무를 시작했다.

석달뒤인 10월 처음으로 53개 연구소가 인정받은데 이어 83년 1백개,
88년 5백개,91년 1천개,93년 1천5백개를 각각 넘어섰다.

민간기업연구소가 90년들어 급속히 늘어난 배경으로는 크게 두가지가
손꼽힌다.

첫째는 기술개발을 부추기려는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기술개발지원책으로는 기술개발비의 지원이나 세금감면등의 직간접적인
조세.금융지원,연구원에 대한 병역특례등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또하나는 기업들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는 추세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핵심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지 않고는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것을 자각이 확산된 결과이다.

2천개의 연구소 가운데 첨단분야로 불리는 전기전자 기계업종에서
중소기업의 연구소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분야별로는 전기.전자가 7백81개(전체의 39.1%)로 가장 많고 기계.금속
4백82개,화공 4백41개의 순으로 집계됐다.

90년대들어 신설연구소는 전기전자분야가 해마다 1백여개,중소기업연구소
가 2백50여개를 유지했다.

기업부설연구소의 증가와 함께 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도 나타났다.

한개 기업이 하나의 연구소를 보유하는 일반적인 것외에 독립된 일반법인,
그룹차원의 대규모 종합연구소가 등장했으며 한기업이 여러연구소를
설립하는 사례도 잇다르고 있다.

법인연구소로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나 목암생명공학연구소와 같은
민법에 의한 법인과 고등기술연구원이나 두산기술원과 같은
산업기술연구조합형태로 나눠진다.

종합연구소는 삼성종합기술원 럭키금성연구단지 현대그룹마북리연구단지
한화그룹중안연구소 럭키기술연구원등 10여개에 이른다.

한기업이 2개이상의 연구소를 가진 기업은 1백8개(연구소는 3백26개)이며
삼성전자(16개) 금성사(12개)등 5개이상 보유기업만도 14개에 이른다.

기업연구소가 그동안 급속한 양적 팽창을 보였으나 질적으로는 상당히
뒤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소 가운데 소규모가 많다는 사실이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연구원수가 10인미만인 연구소가 51.7%,전용면적 1백평미만이 55.8%로
절반이상이 "영세연구소"다.

연구비투자규모로 볼때도 대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6천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부은 회사로
기록된 삼성전자의 비중이 전체의 10%를 웃돌고 상위10사(1조7천억원)는
30%,상위20사(2조1천억원)는 40%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자 소프트웨어 통신분야에선 소규모의 연구인력이 좁은
공간에서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민간기업의 연구소가 아직 "영세연구소"에 머물고
있다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산기협은 민간기업연구소의 질적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이 기술중심의
경영전략에 따라 투자확대,기술인력확보및 육성,기술중시의 풍토조성등에
나서는 한편정부도 기술개발투자를 늘리고 정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도록 실천력이 있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