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경제력집중억제시책과
통상산업부의 업종전문화정책이 조화점을 찾지못하고있다.

이로인해 입법예고중인 공정거래법시행령개정안을 둘러싼 공정위와
통산부및 재계사이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형성되고있다.

물론 공정거래법시행령개정안이 입법예고되기 전 이미 통산부나
재계의 의견들이 공정위에 어느정도 반영됐었다.

그과정에서 통산부는 주력기업의 출자총액제한 7년간 예외인정등
몇가지를 얻어냈다.

그러나 통산부는 기업의 경쟁력강화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미흡하고
재계역시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지난 6일 오후 통산부에서 열린 오강현산업정책국장과 전경련관계자들
간의 회의나 그날 저녁 박운서차관과 10대그룹기조실장들과의 만남은
이같은 기류속에서 통산부가 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통산부는 이들의견을 토대로 이번주중 공정위와 다시 한번 논의하고
전경련도 금명간 공식건의안을 만들어 공정위에 접수시킬 예정이다.

시행령개정안과 관련,논의의 촛점이 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소유분산이 잘된 주력기업을 출자총액제한대상에서 완전히 빼주고
1-5대그룹의 주력기업이 관련업종에 출자할때도 6대이하 주력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출자총액제한에서 7년간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는
주력기업들의 운신폭을 개정안보다 더 넓혀달라는 주문이다.

주력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전경련은 출자총액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소유분산기준
(내부지분율15%미만,동일인및 특수관계인지분율 8%미만 동시충족)등을
완화해줄것도 요청할 태세다.

그러나 통산부는 소유분산기준완화보다는 주력기업의 예외인정폭
확대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는 주력기업육성을 통해 업종전문화시책을 발전 보완시키겠다는
통산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통산부는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업종전문화시책의 토대를 좀더
다지고 싶다는 의욕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경제력집중억제를 들고나옴에 따라 이문제가
좀더 구체적인 쟁점으로 다시한번 부각되고있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물론 재정경제원도 업종전문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석채재경원차관이 지난 4일 통산부연찬회에서 "업종전문화제도는
비주력기업을 희생시키면서 주력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한것도 이같은 재경원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할수있다.

재경원의 이같은 정서는 여신관리제도등 각종 규제가 오는 98년전후로
없어질 예정인 만큼 굳이 주력기업에 지원하는 업종전문화제도를
유지할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깔고있다.

공정위역시 시각은 비슷하다.

통산부는 그러나 업종전문화제도가 특정기업의 희생위에 주력기업을
꽃피우자는게 아니고 주력기업만이라도 적극 도와주자는 "플라스섬"(양의
효과) 정책인 만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하고있다.

공정위가 소유분산을 통한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을 강력히 추진하는데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업종전문화정책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된다는게
통산부의 주장이다.

문제는 정부부처인 재경원 통산부 공정위등이 경제력집중억제와
업종전문화정책사이에서 접점을 찾지못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재계에서 "도대체 산업정책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정거래법시행령개정안은 오는 15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이 끝나면
경제장관회의 국무회의등을 거쳐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통산부와 재계의 입장이 어느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