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자동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과격한 노사분규와
함께 임금이 급격한 상승한 80년대 후반부터다.

노사분규로 시끄럽던 90년 모그룹의 회장은 노사분규 해결책으로
공장자동화계획을 성안토록 지시했고 그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2주만에
추진안을 만들어 올렸다는 뒷얘기가 있다.

자동화는 엄청난 투자를 요한다.

일본에서는 한사람의 작업자를 대체하기 위한 자동화에 평균 5천만엔,
그러니까 우리돈으로 약 4억원의 투자가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자동화계획이 단 2주만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의 접근방식에
무리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한다.

자동화는 생산성향상에 도움을 줄수 있는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동화가 모든 문제,특히 임금문제와 노사분규문제를 일시에
해결할수 있는 열쇠는 결코 아니다.

자동화가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너무 단순한
논리라는 비판을 받을수 있다.

자동화는 오히려 공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요인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도요타 미야다공장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준다.

공장자동화하면 흔히 3개공장의 사례가 거론된다.

이탈리아 피아트의 카시노공장은 그 공정의 92%가 자동화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스웨덴 볼보의 칼마공장은 자동화를 최소화하고 전적으로
팀에 의존한 생산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요타의 미야다(궁전)공장은 이들 두 극단적인 공장의 생산 자동화
방식을 절충,92년 규슈에 건설한 것이다.

볼보 근로자의 개인적 만족도는 높다.

그러나 생산성면에서는 극히 낮다.

그렇다고 자동화가 잘 된 피아르 가시노공장의 생산성이 반드시
높은 것도 아니다.

미야다공장이 그 어느 공장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다른 업체들을 살펴보면 자동화가 몰고올수 있는 의외의
문제점들은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은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고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80년대말부터 막대한 투자를 하여 자동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동화가 진척된 지금 도요타를 제외한 일본 자동차회사가
손익분기점에 이르려면 공장가동률이 90%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공장자동화로 고정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은 손익분기점은 결국 전체시장의 매출이 감소할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될수 있다.

실제로 버블경기가 붕괴된 요즈음 대부분의 일본자동차회사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자동화는 이러한 문제뿐아니라 불량제품이 발생할 경우 원인 추적이
어렵고 인간이 지닌 유연성을 살릴수 없으며 자동화에 따른 고급인력의
추가가 필요로 되는등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때가 많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이 또다른 예상치 못한
여러가지 문제의 원인일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자동화사례는 무조건 자동화를 추구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일방적 인식에 좋은 교훈이 될수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