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주부로부터 문의전화가 왔다.

최근 한국통신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전화비디오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주부가 궁금해하는 것은 "전화비디오를 통해 들어오는 각종 영상정보
등을 자신의 PC에 저장해 개인 영상자료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현재 전화비디오서비스는 PC와 연결이 쉽지 않고 일반 PC는 기억용량의
한계등 제한점이 많아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은 주부는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멀티미디어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멀티미디어는 일반인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능력을 주지 않는다면
멀티미디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 주부는 언제든지 원하는 때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PC에 자료를 모두 저장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주부의 의문은 멀티미디어 주창자들이 내세우는 가장 그럴듯한 명분을
멀티미디어 구분의 기준 잣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는 단순히 문자 음성 영상등을 통합해 전달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해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상호대화를
가능케 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창조성을 부여한다는 거창한 이념을 갖고
있다.

때문에 멀티미디어는 대량생산 소비의 물질문명사회로부터 소외받아 온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휴머니즘의 회복으로 불린다.

물론 회의론자들은 멀티미디어를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허위
이데올로기일뿐이라는 지적도 한다.

한 주부의 의문은 멀티미디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멀티미디어가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서비스로 나타나기를 원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