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현지투자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합작투자를 하기에 앞서 중진공북경사무소의
안내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마침 일시 귀국한 정봉익 중진공북경사무소장으로부터 중소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국투자및 기술도입의 유의점을 들어봤다.

-합작투자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한국중소기업들은 중국과 현지 합작투자를 할 때에는 기계나
설비등을 현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큰 오산이다.

한국측으로서는 그동안 쓰던 중고기계를 제값받고 투자해 충분한 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최근 중국의 합자관계법이 바뀌어 현물투자
에 대해서는 제한이 심하다.

지분관계가 제대로 돼있지 않을 경우 허가취소등 갖가지 규제를 당하게
된다"

-대응책이 있나.

"일단 현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꼭 한국의 기계나 설비를 쓰고싶을 때에는 신용장을 개설, 설비를 수입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기계를 수입했을 때의 인도가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확실한 지분을
차지할 수있고 조세처리도 매우 유리하다"

-기술투자도 어려운가.

"중국에는 중국과학원산하에 2백여개의 연구소가 있어 예상외로 많은
첨단기술울 보유하고 있다.

기술투자를 하기에 앞서 중국에 비교우위기술이 없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사료업체인 N사의 경우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던 것보다 7배나
낮은 가격으로 중국기술을 도입, 북경에 합작공장을 세워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턱대고 한국기술을 투자하기에 앞서 중국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이전
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이전 가능한 분야는.

"중국핵동력연구원은 코발트60 원거리치료기에 대해 기술이전을 바라고
있다.

과학원현대화연구소는 고효율열교환기용 파이프제조기술에 대해 기술제휴
업체를 찾는 중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기술이전을 해줄 수 있는 기술은
적어도 1천2백여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한시 바삐 도입해야만 한다"

-왜 바삐 도입해야 하나.

"중국정부는 지난해부터 과학원산하 연구소에 대해 재정지원을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

연구소들은 자체기술을 팔아 스스로 유지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따라서 올해까지는 각연구소에서 헐값에 기술을 매매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중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요가 몰려 제값을 줘야만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중기가 합작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사유는.

"사전정보없이 일단 합의서를 먼저 교환하기 때문이다.

꼭 현장에 가봐야 한다.

일단 합의서를 작성한 뒤 중진공을 찾아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 합의서에 나오는 주소를 찾아 현장에 가보면 그 사무실에는 전혀 다른
회사가 입주해있는 사례도 있다.

합의서는 최종에 가서 교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