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필씨(38.캐미택컨설팅(주)대표)는 화공에 관한한 "만능박사"로 불린다.

화공안전 환경 위험물 방사선취급등 화공분야에서 기술사 기사1급 기능사
1급등 국가기술자격증만 20여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기술영업과장으로 일하던 신씨가 전자제품의 표면처리약품을
전문생산하는 캐미택컨설팅을 창업한 것은 지난 90년7월.

한 직장의 소속원으로서 제한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무한대로 능력을
발휘해 보고자 퇴직금과 주위친지들의 도움을 받아 자본금 5천만원으로
창업했다.

창업초기에는 사채 1억5천만원을 끌어다 쓰는등 자금사정이 무척 어려웠다.

무세척플럭스(반도체표면처리제)의 전자회사들의 납품제의가 거의 없어
영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플럭스는 납땜이 잘 되게끔 PCB(인쇄회로기판)에 바르는 반도체표면처리제.

전자업체들을 두루 다니며 영업하면서 이때 느낀 것은 "세척을 하지 않는,
간편한 플럭스가 있다면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기존의 플럭스제품은 염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물세척이나 프레온세척을
해야만 했다.

따라서 수질오염 또는 오존파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던 터였다.

주저없이 연구에 들어갔다.

실험실에서 가로 세로 5cm의 골판지만한 두께의 PCB를 큰 가마니 2개분량을
버렸을 정도로 실험을 거듭했다.

마침내 무세척플럭스를 개발해냈다.

연구에 들어간지 6개월만의 쾌거였다.

특허도 출원(91-6529)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제품의 품질을 믿지않은 관계로 전자업체들의 주문이 거의 없었다.

"무척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뛰어다녔지요. 출고한지
1년도 안된 승용차가 8만7천5백km를 기록했을 정도였지요. 결국 대우전자
아남전자등 대기업의 분석결과 일제 미제플럭스보다 절연저항이 1백배~
1천배가 뛰어나다는 판정을 얻어냈습니다"

신사장은 "이 시점이 회사가 회생하는 전기가 됐다"고 회고한다.

이후 오퍼가 급증, 현재는 삼성전자 인켈 해태전자 아남전자 롯데전자
금성통신등 1백여업체에 무세척플럭스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홍콩에 동남아지사를 설립, 동남아등지에 매월 16t의
무세척플럭스및 희석제를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액도 92년 4억원, 93년 7억원, 94년 20억원으로 늘어났다.

50억원으로 추산되는 플럭스시장의 40%를 점하고 있다.

이 제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미제
보다 싸면서도 품질이 월등 우수하기 때문.

납땜이 전자제품품질의 50%를 좌우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세척플럭스는
전자산업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캐미택컨설팅은 인천 서울 구미 부산 홍콩등 5개의 대리점과 25명의
식구를 거느린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신사장은 다시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현재의 인천 남구 도화3동의 공장에서 10억원을 들여 마련한 시화공단
1마304지구내 철골인슈판넬건물(2백평)에 5월 입주하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매출액은 35억원.

지난해부터 생산 판매하기 시작한 유연제(합성섬유공정에 사용)의 납품
주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안양공고 화공과출신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화공과-대학원(한양대산업
대학원화공재료석사)을 마친 신사장의 경영철학은 "제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거래처에 기술을 비롯한 관련제반사항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앞으로 화학폐기물의 재생사업에 손을 댈 계획입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되는데 기술문제도 어렵고 허가절차문제등이
복잡하더군요. 앞으로 이 분야에 승부를 걸어보겠습니다"

신사장의 당찬 포부에서 우리중소기업의 환한 미래가 보인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