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업계의 20년 맞수.

산업리스와 개발리스는 지난 70년대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선두다툼을
벌여온 리스업계의 라이벌 주자다.

두 회사는 최근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에까지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뭐라고,산업리스가 첫 외화차입일을 1월18일로 잡았다구"

지난해말 서울 종로구 서린동88 서린빌딩내 개발리스 중역실.

"우리는 1월10일 들여와 선수를 쳐야돼"

임원들의 표정엔 비장감마저 서려 있었다.

다음날 개발리스와 광교4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구다동151
산업리스빌딩 임원실.

"우리가 길을 닦아놓으니까 저희들이 먼저 가겠다 이거지"

두 회사간의 자존심 대결은 언론등에 나열될 때 누가 먼저냐는
서열논쟁에서 비롯된다.

"형님 먼저,아우 먼저"의 양보대신 서로 유리한 기준을 내세워 "내가
먼저"라고 우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48%)인 산업리스의 회사 출생신고일은 72년12월26일.
장기신용은행이 투자(20.7%)한 개발리스는 75년2월18일. 2년2개월 설립
고참인 산업리스는 "당연히 우리가 앞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서열기준은 개발리스에겐 "천만의 말씀"."산업이 비록 일찍
태어났어도 "인큐베이터"안에나 있었을 정도로 영업활동에서 허약했다.

왕성한체력으로 리스시장 확대를 선도해온 개발측이 맏형격이다.

또 가나다순으로도 우리가 앞서지 않는가"라고 맞받아친다.

사실 산업리스의 초창기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독주시대였다.

그러다가 지난 75년 개발리스와 화신타이거리싱(제일씨티리스의 전신)
등 2업체가 추가로 생겨났다.

양상도 달라졌다.

초반 리스시장 고속성장기의 "동업자끼리"가 "경쟁자 관계"로 변했다.

이중 산업과 개발이 일찌감치 선두그룹으로 치고나갔다.

더욱이 지난 84년 한일등 5개사<>89년 중앙등 12개사<>91년 신한등5개
리스회사(현재 총 25개)가 리스시장의 레이스에 속속 뛰어들었다.

산업과 개발의 선두다툼은 한층 치열해졌다.

80년대 두 회사간 전적표는 개발측의 거의 완봉승. 승패요인은 두 회사
외국파트너의 각기 다른 영업성향 때문이었다.

늦게 출발한 개발리스는 합작사인 일본 오릭사의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영업스타일을 배워 써먹었다.

반면 산업은 외화자금줄 확보를 위해 손잡은 미MHLI리스사의 보수성
때문에 화끈한 레이스를 벌이지 못했다.

"당시 MHLI측은 일정 규모이상의 리스에 대해 미본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보름이상 걸렸지요.

그나마 미국 금융기관 입장에서 볼 때 국내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는
형편없어 국내기준상 견실한 중소기업 조차도 리스승인을 받지 못한
게 허다했지요"(산업측 설명)

이러는 사이 개발은 잽빨리 많은 고객을 확보,2위와의 간격을 벌였다.

"리스=개발"을 떠올릴 정도로 업계의 간판주자가 된 것.85년 방글라데시
해외점포개설<>86년 사옥마련<>88년기업공개등 줄줄이 "업계 최초"라는
신기록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산업리스에게도 "타도 개발리스"라는 역전의 기회는 찾아왔다.

<>강력한 맨파워<>특유의 기동력<>최강자라는 자부심등을 바탕으로
레이스 대부분을맨앞에서 달리던 개발팀의 선수들간에 팀웍 부족이라는
단점이 나타난 것.

결국 상당수가 지난 89-91년 신생 리스사로 빠져나갔다.

절치부심하던 산업.드디어 지난 92년회계년도(92년4월-93년3월)리스
실행액면에서 6천8백10억원을 기록,개발을 73억원의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또 91년 홍콩 해외점포 오픈<>94년 사옥준공<>95년2월 기업공개 예정등
개발리스의 상징적인 기록을 따라가면서 최고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산업은 93년회계년도엔 다시 개발에 1위 자리를 내줬으나 94년4-12월에는
1조2백31억원의 리스실행액을 기록,산업을 8백41억원 차로 제쳤다.

이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평가가 재미있다.

"저 물량공세를 펴는 건 실속이 없다. 우리가 앞서는 당기순이익이
중요하다"(개발).

"금리파괴를 선도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우리도 기업공개를 하면
자본규모가 늘어나 당기순이익을 더 낼수 있다"(산업).

두 사의 임직원수는 2백66명(산업)대 2백65명(개발)으로 단 1명 차.

난형난제의 싸움을 바라보는 리스업계는 두 회사가 돌격앞으로식
외형경쟁보다는 건전한 정면대결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