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최대의 광고회사 사치&사치가 "주주들의 회장축출과 회장의 대반격"
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한달사이에 주주들이 창업주인 모리스 사치회장을 쫓아냈고 쫓겨난
사치회장은 자신이 세운 이 회사에 대적할 새로운 광고회사의 설립을 발표
했다.

그에따라 회사의 주가는 한달사이에 40%나 떨어졌고 굵직굵직한 고객
(광고주)들이 사치사와의 결별을 발표, 사치사는 적지 않은 경영타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것은 지난해 3월.

당시 사치회장의 경영스타일을 평소 싫어하던 미국인 대주주들이 그의
재선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부터 였다.

이때 사치사의 이사진은 급히 미국으로 날아가 주주들을 설득, 사치회장에
대한 불만을 어느정도 진정시켰다.

그후 몇달동안 사치회장의 사퇴문제는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 사치회장이 임원진에 대한 주식배당옵션제도를 발표하자
그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이 되살아났다.

사치회장은 이 주식옵션제도에서 앞으로 회사가 이익을 내면 자신은
5백만파운드규모의 주식을 받도록 했다.

이에대해 주주들은 지난 몇년동안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를 파산직전으로
까지 몰고갔던 그가 무슨 낯으로 이런 제도를 만들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연말 주총에서 사치회장의 재선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위협하자
회사임원진은 작년 12월 16일 사치회장에게 퇴임할 것을 공식 요구했고
사치회장은 10일쯤뒤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사치회장은 이어 지난 12일 사치사에 대적할 새로운 광고회사를 설립
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지난 70년 동생 찰스 사치와 같이 세운 사치&사치와의 정면대결을 선포한
것이다.

사치사는 이번 일로 경영이 다소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이기회에 사치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첫조치로 지난주초 회사이름을 바꾸기로 방침을 세우고 오는 3월에
임시주총을 열어 새 이름을 확정짓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5년간 세계광고업계를 주름잡아온 사치&사치사란 이름의
광고회사는 세계광고업계에서 곧 사라지게 됐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