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양해운을 잡아라"

포철이 오는 2월11일로 날자를 확정,거양해운지분 90%(제철학원지분 포함)
를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식발표함에 따라 이를 인수키
위한 재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등 기존해운사들은 18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자사의 인수방안과 함께 타사로 넘어갔을 경우의 대응책까지 논의하는등
부산한 모습.

또 주요그룹중 해운사가 없는 삼성 대우그룹등과 장차의 철광석 수입등에
대비,해운사를 갖고싶어하는 한보와 동부도 경쟁대상업체들의 동향을
파악하는등 분주하게 움직이고있다.

거양해운은 지난91년 포철이 1백% 출자해 설립한 자본금 1백50억원의
철강원료전용 운반회사.15만-20만t급 광탄선 10척을 보유하고있다.

연간 매출은 1천3백억원(94년)에 달하고있으나 순이익이 12억원에 불과,
수익성측면에서는 "돈이 되지않는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양해운의 인수경쟁이 뜨거운 것은 해운업에
진출할 수있는 호기인데다 기본 수송물량이 확보돼있기 때문이다.

포철은 광양4기에 소요되는 철광석등 연간 1천여만t의 원료수송을
거양해운에 맡기고있다.

거양해운보유 광탄선 10척중 7척에 대해서는 2010년까지,나머지 3척은
2011년까지 광양4기에 필요한 운료를 실어나르도록 한다는 계약이 이미
체결돼있다.

거양해운의 포철 의존도가 55%정도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한할때 절반
이상은 물량이 확보돼있는 셈이다.

거양해운을 둘러싼 인수경쟁은 기존해운업체 철강업체 조선업체간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해운업체들은 거양해운이 삼성 대우같은 큰 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포철물량을 뺏길 뿐만아니라 해당그룹이 수출입물량을 자체수송하게 되기
때문에 해운업계의 파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따라서 해운업계는 단독인수 뿐만아니라 2-3개사가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단독으로 인수해 최대선사로 부상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되 여의치않을
때는 대기업그룹으로 넘어가는 것만이라도 저지,"밥그룻"이 작아지는
것은 막아야한다는게 기존해운업계의 입장이다.

철강업체중에서는 한보철강과 동부제강이 거론되고있다.

한보는 아산만철강단지내 코렉스공장이 완공되면(98년) 포철과 마찬가지로
호주등지로부터 철광석을 수입해야하기 때문에 거양해운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밝혔다.

동부제강은 철강제품 수송도 있지만 흑룡강성 유연탄개발사업등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수송문제해결을 위해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조선소는 갖고있으나 해운사가 없는 삼성과 대우그룹도 이들 못지않게
거양해운에 눈독을 들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내 수출입물량의 자체수송체제를 갖출 수있는데다 해운업체에
필요한 선박을 계열사의 조선소에서 건조함으로써 조선의 일감을
확보한다는 일석이조를 거둘 수있어 관심을 쏟고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최근들어 선대를 확장하고있는 선경그룹의 유공해운도 거양해운을
인수할 수있는 후보중의 하나로 거론되고있다.

거양해운을 누가 인수하느냐와 함께 또하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인수가격.

포철이 내정가를 얼마로 정할지는 미지수이나 기존 해운업계는 2백억원
정도를 적정가격으로 보고있다.

안정적인 물량이 확보돼있다고는하나 이윤이 관리비의 5%정도에 불과해
2백억원이상을 쓰고는 별로 남는게 없다는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포철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할게 분명하고 인수경쟁도
해운업계로 한정된게 아니어서 실제로는 2백억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비료의 민영화나 대치동 나대지매각때 보았듯이 대기업그룹들이
뛰어들 경우엔 값이 크게 뛰어 거양해운의 인수가격도 1천억원대에
달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