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속성이나 구질 등을 공부한 골퍼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골퍼들은 볼을 멀리 칠수록 좋다.

그러면 골퍼의 능력에 관계없이 과학적, 기술적으로 멀리 나가는 볼을
만들면 될것 아닌가.

69년도에 달나라를 갔다온 인간이 멀리 나가는 볼을 만들지 못할리 없다.

또 거리나는게 최고라면 장타자만이 세계 모든 골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세상이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볼메이커들에 따르면 지금보다 멀리 나가는 볼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거리나는 볼"이 등장하면 전 세계의 골프코스를 전부 다시
지어야 한다.

500m거리의 파5홀을 단 1타에 올릴수 있으면 그건 파5홀의 의미가
없어지는 꼴이 된다.

그래서 골프에는 "공인구"라는 제도가 있다.

세계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왕립골프협회(R&A)나 미골프협회(USGA)는
볼의 "총거리 기준"을 만들어 그에 부합되는 볼만을 공인구로 인정한다.

그들의 총거리 기준은 볼의 평균 비행거리와 굴러가는 거리를 합해
256m(280야드)이고 허용오차는 6%이다.

즉 256m보다 6%이상 더 나가거나 덜 나가면 공인이 안되는 셈이다.

물론 볼의 테스트는 그들이 인정한 장치와 일정한 온도조건에서
해야 한다.

현재 시판되는 국산 골프볼이나 외제브랜드 볼은 거의가 다 공인구이다.

세계의 어떤 골프시합도 공인구를 사용해야 한다.

아마추어 역시 공인구를 써야 홀인원등의 기록이 공식 인정됨은 물론이다.

이같은 "룰"에 의해 골프는 영원히 유지되고 어떤 "변질"을 막고 있는
셈이다.

<>세계장타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은 400m도 날린다.

그러나 그들은 묘기꾼일 뿐이지 선수는 못된다.

100번 쳐서 볼이 100번 목표대로 향하면 장타의 의미가 있겠지만
100번쳐서 50번 나가면 하등의 의미가 없다.

골프는 볼의 거리에 덧붙여 퍼팅이나 벙커샷 등 기술적능력이 요구되고
슬기롭게 위기를 넘기는 전략도 중요하다.

그 모든 복합적 능력을 겸비해야 골프를 잘 치는 것이다.

장타가 골프의 기본요소이기는 하지만 실제 스코어에서 차지하는 포션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사실 골프의 스코어를 좌우하는 것은 장타가 아니라 퍼팅이다.

골프는 홀당 2퍼팅, 즉 파72코스에서는 36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만약 홀당 3퍼팅을 한다면 무려 18타나 더 치는 셈이다.

그래서 흔히 "드라이버는 쑈이고 퍼팅은 돈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골프가 일정수준을 넘으면 다른 부문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오로지
퍼팅 능력에 의해 승부가 갈라진다고 보면 된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