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철야근무를 하는 등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과로를 한 사실이 인정
된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지 않아 질병이 악화돼 사
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4부(재판장 이건웅부장판사)는 15일 간경변이 악화돼
사망한 서울도봉경찰서 소속 김모경장(당시 41.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부인 양모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지급청구
부결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이 판시,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같은 판결은 과도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 대부분 업
무상재해를 인정해 주던 기존 판례와는 달리 피해자의 건강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지난 88올림픽과 제14대 국회의원선거 당
시 경호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잦은 철야근무를 하는등 평소 격무로 인해
과로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김씨가 평소 자신의 건강관리를 소
홀히 함으로써 지병이 악화돼사망한 사실도 인정되는 만큼 단순히 과로만
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라 볼 수 없다"고밝혔다.

재판부는 또 "질병의 발생원인이 공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직
무상의과로가 질병을 악화시켰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사
망원인인 "진전섬망"증세란 간경변등이 있는 사람이 영양부족,음주,과로등
을 했을 때 나타나는 떨림,환상등 정신이상증세로 김씨의 경우는 과로보다
는 음주로 인해 증세가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지난 93년 2월 남편 김씨가 간경변등의 증세가 악화돼 사망하자
"이는경찰공무원인 남편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