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부산에 대규모 압연공장 건설추진"과 관련,정부와 업계는
현대가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에 진출하려는 사전포석이 아닌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

통상산업부는 "현대가 부산에 연산7백80만t(최종 생산품 4백80만t)규모의
압연공장을 건설한다"는 14일자 보도에 대해 당혹해 하며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현대 제철소"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지 않을까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상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현대의 사업계획대로라면 4백80만t정도의
쇳물이 필요하다"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제철소 건설이
불가피한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정부는 고로 방식의 일관제철소는 공해업종인데다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현대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정도로 완벽한 공해방지시설 투자를 한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현대는 이같은 정부의 "우려"에 대해 "고로방식의 제철소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임평규현대강관사장은 이날 통산부측에 "압연공장에 필요한 쇳물은
궁극적으로 용융환원제철법등 신공정으로 조달할 계획"이라며 "신제철법이
상업화되기 전까지는 호주나 브라질등으로 부터 반제품(슬라브)을
수입해 쓸것"이라고 통보해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현대그룹의 계열사 정리등 사업구조조정
계획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현대가 계열사 정리등의 대가로 제철소 진출을 따낼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정리등으로 정부에 점수를 따며 승용차 사업에
신규진출했던 선례를 보아 이같은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