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파괴요? 우리업계에서는 이미 파괴됐습니다" 개발리스 황대현
기획부장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있는 "금리파괴"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자금조달비용에 적정한 마진을 붙여 장사하는 것은 "먼 옛날의 얘기"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리스업계는 지난 2,3년동안 급격한 리스마진감소를 겪어왔다.

규모가 큰 리스계약의 경우 현재 0.1%의 마진을 챙기기조차 어렵다.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리스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허다하다.

일반관리비를 뺄수있을만큼 마진을 챙기면 "잘한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3년전 조달금리에 3~4%를 얹어 리스계약을 체결하던 것에 비교하면
천양지차를 느낄만하다.

리스회사는 지난 70년대에는 산업 개발 제일씨티등 3개사에 불과했다.

이후 80년대중반 한일 국민 기업리스등 5개사가 신설됐으나 당시만해도
기업자금수요가 공급보다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89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89년이후 3년동안 무려 17개의 리스전업사가 새로 생겨났으며 지난해말
종금으로 전환한 9개지방투금사도 "리스"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다 자금시장마저 "공급자시장"에서 "수요자시장"으로 바뀌었다.

"리스회사로서는 60번에 한번정도 덤핑입찰한다 하더라도 가장 낮은
가격에 낙찰자가 결정되는 시장에서는 결국 매번 덤핑계약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적정한 마진을 붙여 입찰한 리스사들이 리스계약을 따기란 불가능한
상황이지요"(H리스 K부장) 리스 마진 감소는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3~4%에 이르던 리스마진이 0.1%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공급 초과와
수요 감소 때문이다.

문제는 리스가격결정에 시장원리만 적용되는게 아니라는 것.예컨대
연12.5%로 리스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리스회사가 연12%로 리스자금을
제공한다고 가정하자.이때 리스사는 리스금액의 0.5%만큼 매년 손실을
보게된다.

이런 경우를 시장원리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H리스는 리스채발행금리가 연13.4%였던 지난해말 연13.3%로
리스계약을 체결했다.

이와함께 물건을 공급하는 갑회사에 3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었다.

3개월후에는 리스채 발행금리가 현재수준보다는 내려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3개월후 리스채 발행금리가 H리스의 예상대로 연13.3%이하로 떨어질
경우 그만큼 이익을 보게된다.

그러나 반대로 금리가 오를 경우엔 손실을 입는다.

Y리스의 외화리스도 위험부담을 안기는 마찬가지.이회사는 "리보
(런던은행간금리)+0.5%"에 조달한후 "리보+0.3%"에 빌려주는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Y리스는 리보금리가 여전히 원화금리보다 낮으면 금리격차로 인한
이익을 얻게되나 리보금리가 치솟으면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금리파괴는 비단
리스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은행 투자금융등 모든 금융기관들이 금리파괴단계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제한철폐등으로 금융기관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의 가격을 제시하려는 금융기관들의
금리파괴는 기업과 예금고객으로부터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기업에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하고 예금자에게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게 금융기관의 바람직한 역할"(재정경제원 진동수 산업자금담당관)
이라는 얘기도 같은 뜻이다.

문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금리파괴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신 리스크와 시장변화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는 영업은 경기가 호황에서
침체로 돌아설때 여러기업에 부도가 발생,금융기관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수
있다.

금리파괴가 기업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결실로 이어지기위해서는 금융기관
의 경영합리화와 선진기법 도입으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