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해"이자 광복50주년을 맞아 특색있고 비중있는 대형전이 곳곳에서
기획돼 관심을 모은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호암미술관 워커힐미술관등 국.공.사립미술관들
이 볼만한 기획전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대형전의 특징은 3가지. 첫째는 회화 조각등 순수미술에 비해
홀대받아왔던 건축 사진 디자인 공예 만화등의 장르가 조명받기 시작했다는
점.

국립현대미술관이 9월에 개최하는 "한국디자인50년전" 예술의전당의 "한국
창작만화큰잔치"(4~5월) "50년후의 한국건축전"(11~12월),호암미술관의 "고
려미술전"(7~9월)등은 그 대표적인 예.

둘째는 국내외유명화가들의 전시가 폭주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고장욱진화백의 유작전(4~5월 호암갤러리)과 원로한국화가 천경자씨의 회고
전(11월 호암갤러리)등은 보다 많은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천경자전에는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1백여점이 출품될 예정. 또한 스위스의
화가겸 조각가인 자코메티를 비롯 칸딘스키 피카소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
전도 열리게 된다.

이들전시회는 특히 "미술은 어렵고 특정인이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의 인식을 희석시키는데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길고 뾰족한 인물조각을 통해 실존의 문제를 탐구했던 자코메티의 전시회는
오는7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프랑스메그화운데이션의 소장품 중심으로 3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칸딘스키와 러시아아방가르드전"(4월11일~5월23일)
은 개관이래 최대의 예산인 4억5천만원이 투입된 전시회.추상미술,절대주의
,큐비즘등으로 대표되는 20세기초(1905~1920년) 러시아아방가르드계열의
작품을 통해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창조정신을 살핀다는 취지로 마련되는
이전시에는 칸딘스키(11점)와 말레비치(9점)의 대표작을 포함,총 85점이 출
품된다.

올해 열리는 대형전의 또다른 특징은 주제가 뚜렷하다는 점.국립현대미술관
의 경우 올해부터는 방향없는 초대전을 폐지하고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둔다"
는 방침아래 "올해의 작가전"(전수천전,3월),"한국미술95전"을 신설한 것등이
그 예.

한국미술95전은 만40세이상의 현역작가를 대상으로 격년제로 개최하는 행사.
중견작가들의 창작의욕을 자극 고취시키는 한편 한국미술반세기를 돌아보고
내일의 전망을 제시한다는 취지아래 8~9월께에 50여명의 작가를 초대한다.

전수천씨는 테라코타 토우와 네온및 기타첨단테크놀로지를 조합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이 판화미술진흥회와 공동으로 3월에 여는 제1회 판화미술제 역시
질좋고 값싼 판화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시 판매하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
표를 갖고 기획한 전시회다.

한편 호암미술관이 주최하는 "중앙비엔날레"(9월)는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국
내에서 열리는 최초의 본격비엔날레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있다.

중앙비엔날레는 미국의 휘트니비엔날레를 모델로 매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으는 비엔날레로 초대작가전과 일반공모전을 병행할
방침이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