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명절로, 신정은 "노는 날"로 정착돼 가는 추세다.

그렇다고 새해첫날부터 집에서 "흐느적 거리며" 노는것도 마땅치 않은것
같다.

연말연시엔 가는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차분한 여행이 바람직
하다.

희망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원단을 맞아 묵은때를 벗어버리고 생생하게
새로 태어나는 "해돋이"를 보러가자.

일출의 풍경은 우리의 마음도 해처럼 뜨겁고 희망차게 해줄 것이다.

기상청주간예보에 따르면 새해날씨도 다행히 전국이 구름이 조금끼거나
맑은 날씨가 될것이라고 한다.

일출시간은 속초가 7시42분, 울진 7시36분, 부산 7시32분, 여수 7시36분,
제주 7시38분, 울릉도 7시31분등으로 위도와 경도에 따라 10분정도의 편차가
있다.

여행전문가 조승열가 추천하는 동해안과 남해안의 일출명소를 안내한다.

<> 동해안(북부) ="해돋이"라면 동해안이 먼저 떠오른다.

동해안은 해안 곳곳이 다 해돋이명소라 해도 되겠지만 자연경관이 뛰어난
강원도에 빼어난 일출지도 많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방파제위로 나가 바라보는 거진항의 일출도
멋지다.

동해바다 수평선은 아득히 멀지만 새해아침에 떠오르는 "싱싱한 해"를
좀더 가까이 보려고 방파제로 나간다.

거진항은 속초와 더불어 영동북부지방의 어업중심항으로 부드러운 포구를
갖고 있는데 속초에서 북쪽방향 시외버스로 50분이 걸린다.

최근에는 이러한 접근욕구를 더욱 충족시키기 위해 배를 빌려서 바다로
나가서 "해돋이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새로운 일출관광의 풍속도가
되고 있다.

10명정도가 탈수있는 거룻배위에서 바닷물빛에 반사해서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동감있는 일출을 바라보면 새해의 희망이 불끈 솟아오르는
감흥에 젖는다.

"선상일출관광"은 거진항이나 경포대에서 성행하고 있으며 의상대나 낙산
해수욕장의 일출도 볼만하다.

산에서 보는 "해돋이"도 바닷가에서 보는 일출과 또 다른 맛이 있다.

굳이 등반까지 하지 않더라도 승용차편으로 멋진 동해바다의 일출을
조망할수 있는 곳이 있다.

미시령고개정상의 휴게소(해발 650m)가 바로 그곳으로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속초나 설악동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나서 20분 달리면
도착한다.

바람이 불고 새벽냉기는 차갑지만 어슴푸레한 바다위로 지글지글 타는듯한
뜨거운 불기둥이 솟아오르면 절로 환희의 탄성이 나오고 가슴벅찬 희열감속
에서 새해의 소망을 빌어보면 새해엔 만사형통할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서울에서 영동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관령정상에서도 훌륭한
"해돋이"를 즐길수 있다.

이곳에서는 강릉시가지와 함께 멀리 경포대앞바다의 일출이 어우러져
한편의 그림을 이룬다.

산정에서의 일출은 사방에 둘러처진 산봉우리와 어우러져 더욱 장관을
연출한다.

대부분의 산행단체들은 연말연시 산행을 "해돋이구경"을 겸해 설악산으로
간다.

31일 저녁10시무렵 서울을 출발, 새벽3시에 오색도착, 야간등반으로 대청에
올라 산꼭대기에서 새해일출을 맞이한다.

해는 순식간에 떠오르므로 일출시간 10분정도전에 먼저가서 기다리는게
좋다.

사진을 찍으려면 더욱 그렇다.

일출사진은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고 태양에 노출을 맞추면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찍힌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일출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를 연속해서 눌러야
그중에서 한장의 멋진 사진을 얻을수 있다.

<> 동해안(남부) =성류굴과 인접해 있는 망양정과 그아래의 월송정(울진군
평해읍)이 관동8경중 하나로 일출명소로 꼽힌다.

조선조 숙종임금이 직접 지은 시가 걸려있는 망양정은 성류굴입구에서
바닷가로 약1km 거리의 근남면 산포리에 우뚝 서있다.

관동제일루라는 명칭에 걸맞게 끝없이 펼쳐진 송림과 어우러진 일출이
경탄을 자아낸다.

울진읍에서 남쪽으로 36km 떨어진 월송리에 자리잡고 있는 월송정에 오르면
나지막한 송림너머로 일망무제로 확트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이곳
에서의 해돋이는 평생의 기억거리로 남을만큼 장관이다.

경주 토함산의 일출은 수학여행때등에 이미 거친곳이지만 일출명소론
빠뜨릴수 없는곳.

차편으로 올라가기 쉽고 경관도 뛰어난 경주관광의 백미이다.

<> 남해안 =거제 해금강의 일출이 손꼽힌다.

거진항이나 경포대에서 배를 타고 나가 "해돋이"를 구경하는 것처럼
해금강에서도 배를 타고 나가 보는 사자바위와 십자동굴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일품이다.

남해 금산에 올라 바라보는 일출은 다도해를 배경으로 동해와는 완전히
다른 일출그림을 연출한다.

일출하면 대부분 동해쪽을 떠올리지만 전남 장흥에 위치한 명산 천관산
(723m)에서도 다도해의 훌륭한 일출을 감상할수 있다.

월출산에 버금가는 기암괴석이 자랑인 천관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수많은
암석들이 산머리에 도열, 마치 중세유럽의 성곽을 연상케한다.

천관산행은 일반적으로 관산읍 당동마을을 출발, 남쪽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뒤 천관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바위로 이루어진 남부능선을 오를때 뒤편을 돌아보면 다도해풍경이 그림
같고 이른아침 섬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때는 더욱 진한 감동을 느낀다.

정상에 서면 서북쪽으론 월출산, 서쪽으론 두륜산, 동쪽으로는 소록도가
가까이 보이며 남쪽으론 다도해가 펼쳐져 있고 날씨가 맑으면 한라산이
지척인양 보인다.

< 노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