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통폐합되거나 조직을 축소하는 각 부처들은 유휴
인력 명단작성 작업을 사실상 끝내고 대상자 한사람 한사람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일부 부처는 설득작업이 지지부진해 명단작성 마감시한인 17일을 넘겨
휴일인 18일에도 계속할 계획이어서 작업완료가 2~3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처 일각에선 본인들이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일단 명단이 작성되면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밀어부칠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아 "과천"은
"초상집"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자원부등 "빅 3"는 이날까지 정리대상자 명단
작성을 완료, 대상자 설득등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대상자들에 붙이는 "타이틀"은 "변동인력 현황"(경제기획원) "정리대상
인원현황"(상공자원부) "외부연수및 대기인력"(건설부)등 각 부처별로
서로 달라 미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했다.

이처럼 각 부처의 표현이 엇갈리자 총무처는 "기준표현"을 "변동인력
조정및 활용방안"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별 대상인원을 보면 경제기획원이 여직원들까지 포함, 1백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상공자원부는 1백10명, 재무부는 80여명가량을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공부의 경우는 청와대가 부처별 과축소안을 결재하는 과정에서
2개과를 추가 감축토록 조치, 잉여인력이 20명가량 늘어나게 돼 직원들
사이에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저런 수소문을 통해 자신은 "역쉰들러리스트"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
하고는 안도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끼게 되는 것 아니냐"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총무과등의 관계자들을 일요일인 18일에도 정상 출근시켜
추가명단 작성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건설부(1백여명) 교통부(77명)등은 이날까지도 대상자 명단을 작성치
못하고 일요일 작업을 거쳐 19일중 확정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부의 경우 1급과 국장일부에 대해선 정리대상자를 청와대측과 협의해
선정키로 하고 우선 과장급 정리대상자 12명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솎아내는 기준"은 각부처마다 다소나마 차이가 나는 양상.

부처별 특성때문에 총무처에서 일률적인 정리기준을 마련할수 없어
부처마다 독자적인 기준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희망자접수가 최우선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희망자가 정리대상인력에 못미쳐 어떤 형태로든 잣대를 만들어
적용했다.

경제기획원의 경우 강봉균차관이 신일성총무과장만을 데리고 정리작업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는데 무능력 연장자 외부무경험자등의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원은 이같은 원칙등에 따라 과장급들의 정리자를 거의 확정했으나
아직 당사자들에겐 통보하지 않았다.

17일 오후로 예정됐던 인사위원회는 뚜렷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

상공자원부는 경쟁력없는 연장자나 비고시출신 또는 없어지는 과직원등이
전출대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상공자원부고위당국자는 젊은 사무관들에게 "이번 기회에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자리만 지키고 있는 연장자들을 상대로 전출압력을 가하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주문할 정도였다고 한다.

재무부도 다른 부처와 기준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금융기관업무가
많은 탓인지 금융기관으로 부터의 평도 좋지 않은 것도 정리대상기준의
하나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 안상욱기자 >

<>.각 부처는 이날 "변동인력 대상자"들에게 해당사실을 통보하고 설득하는
일로 또 한차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상공자원부는 대상자를 차관실로 개별 호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대상자들이 "왜 하필이면 내가 방출대상이냐"며 반발하는
등 내홍을 치뤘다.

재무부는 차관이 직접 호출할 경우 주변동료들에게 동요가 일 것을 예상,
총무과장이 전화를 걸어 "대상자 포함사실"만을 간단히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에선 이날 오후3시에 국장회의가 예정돼있자 "이때 대상자가
통보되는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면서 술렁이기도 했으나 회의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은 총무과장실에서 문을 걸어 잠근채 대상자명단을
마무리했으며 해당자들에게 일절 통보를 않는등 "밀어붙이기"를 택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

< 홍찬선기자 >

<>.중앙부처 조직개편에 따른 잉여공무원의 "낙하산"이 불가필할 전망인
산하 청들은 이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전전긍긍.

특히 조직은 늘리지 않고 사람들만 내려올 경우 오히려 "자기 식구"가
밀려날 판이어서 위기감마저 감도는 분위기.

총무처의 잉여인력 배정계획에 따라 좋으나 싫으나 1백여명의 "새 식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국세청은 인사적체 가중이 가장 큰 걱정거리.

더구나 이들 외인부대는 국세청과 비교해 경력은 비슷하면서도 직급은 높은
경우가 많아 보직 배정이나 기존 직원과의 융화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우려.

국세청관계자는 "이들 잉여인력을 일정기간의 세무교육후 배치할 예정"
이지만 "대부분은 본청보다는 일선세무서로 발령을 낼것"이라고 귀띔.

총무처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으나 상급부처의 조직축소로 어떤 식으로든
"고통분담"을 해야할 처지인 공업진흥청 특허청 관세청등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상공자원부의 대폭 감원으로 "친정식구"들이 몰려올 전망인 공업진흥청은
은밀히 전직 희망자를 접수받아 수용여력을 체크해 놓은 상태.

특허청도 특허심사관(사무관급)은 어느정도 수요가 있어 상공자원부로부터
희망자를 흡수할 계획.

그러나 여력은 많지 않은 형편이어서 위로부터의 낙하산이 기존 직원들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까에 극도로 불안해 하는 눈치.

농촌진흥청의 경우 농림수산부산하 자재검사소 종축원 종자공급소등
정리되는 기관의 직원 6백70명중 상당수를 구제해야 할 처지.

농진청은 일단 농업지도직을 지방직으로 전환해 일부를 흡수할 계획이지만
전원구제는 자체능력으로 힘들다는 입장.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