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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역맡은 차관들 '곤혹'..'내손으로 살명부작성하다니'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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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필이면 왜 내 손으로 살명부를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각 부처 차관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조선조 세조반정 직후의 한명회에
    비교하며 이런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조카인 단종임금을 몰아낸 세조가 측근인 한에게 "정리대상자" 명단을
    작성토록 했던 고사를 빗댄 얘기다.

    물론 과거 숙정작업 때처럼 강제로 옷을 벗기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몸담아 온 부처를 떠나야 할 사람을 뽑는 일인 만큼 마음이 내킬 턱이
    없다.

    차관들이 이런 악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것은 지난 8일 차관회의
    때였다고 한다.

    회의말미에 총무처차관이 각 부처 차관들에게 "내주말(17일)까지
    직급별로 정리대상자를 확정해 통보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는 것.

    총무처차관은 "시한"을 17일로 한 데 대해 "조직 축소로 어차피 인원
    정리는 불가피하다.

    이왕 해야 할 작업을 미뤄봐야 투서나 난무하고 정치권등 외부청탁
    등으로 분위기만 뒤숭숭해질 게 뻔하지 않느냐"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러자 주요 축소대상인 경제부처 차관들이 대부분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 "어떻게 우리보고 총대를 메란 말이냐"며 반발했다고한다.

    이 때 A부처의 차관이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전광석화처럼
    해치우는게 낫다"며 총무처측에 맞장구를 치고나오면서 난상토론이
    시작됐다는 것.

    어쨋든 각 부처는 인원감축 방향을 놓고 검토작업에 들어갔으며 이 과정
    에서 내부 진통이 적지않은 상태다.

    박운서상공자원부 차관은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악역을 맡아야 하느냐"
    고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14일오후 주요 국.과장들을 소집, 우선 전출및
    전직희망자들을 받아들이도록 지시하는등 "정리"작업을 시작했다.

    김용진재무부차관은 "내보내야 할 부하들의 명단을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하니 이게 무슨 운명인가"고 한탄하면서도 실무자들에게 작업 착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관은 "역쉰들러리스트" "살명부"같은 말이 흉흉하게 나돌고있는
    것과 관련, "무슨 기준이 있겠느냐.재무부 본부과장중에는 비고시출신이
    한명밖에 없다"는 등의 말로 최근의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그러나 강봉균경제기획원 차관은 정리대상자 선정 작업과 관련, "나는
    모른다"고 딱 잡아떼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고 오히려
    취재기자들에게 반문하는등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강차관은 14일 경제차관회의와 15일 차관회의 사회를 보면서
    평소와는 달리 매우 침울해 있었다고 한다.

    유상열건설부 차관도 "아무 할 말이 없다"며 일체 코멘트를 거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17일까지의 정리작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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