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체질을 점진적으로 바꾸는 "개선"과 극약처방으로 단기간에 일대
개혁에 나서는 "혁신"은 경영자들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 과제이다.

반도체 조립업체인 아남산업의 경영전략변화를 보면 개선과 혁신의
접목이 어느 시기에 이루어져야하고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가 잘 나타나있다.

아남산업은 지난89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방식을 쇄신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회사내부와 외부경영환경이 새로운 경영방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이 반도체조립업체는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고
밖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또 외부적으로 반도체경기가 불황을 겪었고 이에따라 시장점유율이
40%선에서 30%정도로 떨어지면서 경영의 현주소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남산업이 내놓은 처방은 "개선"이었다.

현 체제아래서 생산 인사 마케팅등의 기업활동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비능률적인 면을 점진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아남산업이 채택한 것은 TSPC
(전사적 통계적 공정관리)였다.

아남산업의 TSPC는 외국의 고객들이 요구해온 SPC(통계적공정관리)를
자체적으로 확대 응용한 경영방법론이다.

이 반도체회사의 주요 고객은 인텔 모토롤라등 구미의 반도체회사로
이들 구미반도체회사의 주문물량이 아남산업 전체 반도체조립물량의
90%를 차지한다.

인텔등 외국반도체회사들은 불량률최소화를 위해 아남산업쪽에 SPC를
적극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지금은 거의 일반화된 관리기법인 된 SPC는 불량률이 일정목표이상일
경우에는 공정을 멈추고 생산흐름을 총점검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아남산업은 이 SPC의 개념을 생산부문뿐만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구제적으로 이 회사는 SPC의 개념에 TPM(전사적생산설비보존활동)
JIT(적기공급체제)사무합리화 의식개혁등을 융화시켜 새로운 개념의
TSPC를 추진한 것이다.

89년부터 93년7월까지 5년여에걸쳐 해온 이 TSPC는 경영효율을 점진적
으로 올리는 "개선"이었다.

아남산업은 다음단계로 리엔지니어링을 선언하며서 "혁신"에 나섰다.

이 회사의 20명의 주로 과장급으로 리엔지니어링추진팀을 구성하고
95년말 이 재구축작업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업무혁신작업을
펼치고있다.

아남산업의 리엔지니어링 추진은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회사의 경영혁신팀관계자는 과거 TSPC시간에 외부 컨설턴트와 함께
공동작업을 벌였으나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판단아래 리엔지니어링은
회사내 인력이 단독 추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남산업은 과거 5년동안 지속적으로 경영혁신을 추진한 인력이
경영기획관련 부서에 그대로 남아있어 인력과 경영기법이 축적돼
있다는 점이 독자적인 리엔지니어링 추진을 가능케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경영혁신팀이 한 프로젝트가 끝날
경우 다른 사람으로 혁신팀이 교체되거나 완전 해산되는 경우가 빈번
했지만 아남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의지로 경영혁신 참가요원들이
그대로 "지위"를 보존할 수 있었다.

아남산업은 리엔지니어링을 추진한지 1년정도되지만 유명무실했던
사업부제를 공장단위제로 완전 개편하는등 빠른 추진실적을 보이고있다.

이 회사는 리엔니어링이 다음으로는 컴퓨터로 모든 제조활동이 유기적
으로 연결되는 CIM(컴퓨터통합제조시스템)을 구추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품질및 기술상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만족 경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아남산업의 경영혁신 청사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