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철강업체들은 유례없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비확장계획을 발표, 정확한 수요전망에
근거했다기 보다는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려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들 정도다.

지금까지 발표된 투자계획만해도 향후 2000년까지 국내철강업체들의 조강
생산능력은 2천2백7만t이 늘어난다.

여기에 현대그룹의 제철소건설계획까지 합치면 그규모는 3천만t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말 현재의 조강생산능력이 3천만t을 약간 웃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6-7년내 조강능력이 두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제품별로 봐도 무차별적이다.

전기로업체들이 그동안 고로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판재류분야에
잇달아 진출하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판재류와 조강류를 함께 생산하겠다
고 선언한 신규업체도 있다.

먼저 판재류를 보자.

핫코일의 경우 포철 한보철강 동국제강등이 용융환원제철설비인 코렉스
(COREX)나 박슬라브를 이용, 현재 설비 신.증설공사를 진행중이거나 추진중
이다.

이중 포철과 한보철강은 여기서 나오는 핫코일을 중간재로 삼아 냉연강판
까지 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냉연업체들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양대 냉연전문업체인 동부제강과 연합철강이 나란히 아산만국가공단내
고대지구에 부지를 마련, 각각 1백30만t규모의 냉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아래 지난10월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갔다.

이중 동부제강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고대지구에
핫코일설비도 들여놓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외에 현대강관이 울산에 연산1백30만t규모의 냉연공장을 내년중 착공할
예정이고 덕산중공업도 냉연부문에의 신규참여를 선언했다.

후판은 포철 동국제강 한국철강등이 60-1백만t규모의 설비증설을 추진중
이고 현대그룹도 제철소건설계획에 후판설비의 도입을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심각한 설비과잉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전기로와 단순압연업체들
의 조강류부문도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다.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등 대형전기로업체들은 철근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형강쪽의 설비확장에 중점을 두고 중소형업체들은 철근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증설계획은 형강이 3백5만t, 철근이 1백68만t에 이른다.

이중 철근의 경우엔 현재도 연간총생산량이 수요를 웃도는 상황이고
중국의 수요감소와 터키등의 저가공세로 수출여건 또한 그다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앞으로 토요일휴무가 확산되면 설비규모와 실제생산에는 얼마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투자계획과 머지않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의 제철소건설계획을 감안할때 장차 공급초과는 우려될지언정
공급이 달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자율적인 투자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