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난5일 승용차 기술도입신고서를 상공자원부에 제출하면서
덧붙였던 "기존업계 피해방지대책"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가.

상공자원부는 승용차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기존 자동차 업계엔 피해를
주지않겠다는 삼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어떤 법적인 제재조치를
할수는 없어 기술도입신고서 수리에 앞서 적지않게 고민중이다.

삼성이 기술도입신고서를 내면서 했던 약속은 크게 세가지.

<>기존업체의 인력과 부품업체를 스카우트 하지 않고 <>수출비율을 오는
2002년께 55%까지 높이며 <>일본모델을 베끼지 않고 독자모델을 개발한다는
것. 그러나 기존업계는 이에 대해 "전혀 믿을수 없는 공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과거의 경험으로 볼때 삼성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지난92년 상용차사업을 시작할때
승용차는 할 생각도 없다고 단언했지만 이 말은 불과 2년도 안돼 거짓말이
됐다"고 말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당시에도 기존업계의 인력과 부품업체를 스카우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업초년도 국산화율을 70%로 유지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상반기 국산화율이 55.4%에 그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삼성의 약속은 현실적으로도 "실현 불가능"이라는게 기존업계의
시각이다.

한승준 기아자동차 사장은 "생산개시 4년만에 수출비율을 55%로 유지
하겠다고 삼성은 장담하지만 수출은 하고싶다고 다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사장은 "삼성의 이같은 약속은 자동차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업계의 이같은 불신에 대해 삼성측은 "그룹의 도덕성을 걸고 반드시
지키겠다"고 확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5일 김무삼성그룹 21세기기획단 부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중공업이 상용차에 진출할때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했던건
당시 담당자가 상용차와 승용차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빚어졌던 실수였다"
고 궁색한 변명을 해 기존업계의 불신감을 더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에대해 이건우상공자원부 기계소재공업국장은 "삼성이 약속을 꼭 지킬
수 있도록 이필곤 삼성그룹 21세기기획단 회장 이름으로 각서를 받아놓을
작정"이라고 밝혔다. 상공자원부는 이미 각서 초안을 만들어 놓고 삼성측의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간의 "각서"가 어느정도 구속력을 가질지는 미지수.

결국 승용차 사업진출과 관련한 삼성의 약속 이행여부는 전적으로 삼성의
"도덕심"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셈이다.

<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