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정부가 이를 최우선과제로
선정해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는 마당에 "국가경쟁력강화정책이
바람직한 정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반론을 학자가 아니라 경제기획원 공무원(김영모 주제네바
대표부 경제협력관보)이 정부정책홍보잡지인 "나라경제" 11월호와 12월호에
잇달아 발표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김협력관보는 최근 미국에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경쟁력개념의
허구성" 논쟁을 소개하고 "국가경쟁력주의에 지나치게 매몰될 경우 합리적
정책수립이나 정책토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와는 별상관도 없는 문제에까지 이개념을 적용할 경우 특수이익을
정당화할 수있다는 주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입장은 미국에서 반국가경쟁력주의자로 꼽히는 MIT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폴 크루그만교수는 정부가 지원해서 성장하는 것은 허구라고 지적하고
국제무대에서 경쟁의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국가가 다른 나라를 이기기 위해 특정산업을 선정하는 것은
효과가 없고 다른 분야의 희생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김협력관보도 이런 주장에 동조, 우리 정부가 지원한 분야는 별로 좋은
상태를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정부지원에서 배제된 업종이 효자노롯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세일즈맨들은 국가경쟁력을 최우선가치로 내세우고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을 외치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서비스업이 희생
된다면 제조업중심의 국가경쟁력강화는 환상이라는 크루그만의 주장에도
김협력관보는 동의하고 있다.

우리정부가 국가경쟁력강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온국민을 일로매진케 하고
있지만 국가경쟁력강화의 종착지가 국민 삶의 질향상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다면 이정책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쟁을 우리도 정식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천관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