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허용"으로
굳어지자 그동안 "삼성 신규진출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온 기존업체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현대 기아 대우 아시아 쌍룡등 기존업체 사장단들은 삼성이
승용차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하는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의
신규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등 대대적인 "막판 뒤집기"에
나선다는 움직임이다.

더욱이 그동안 한승준기아자동차사장은 "삼성의 기술도입신고가 수리될
경우 기존업계가 막대한 투자를 해가며 독자개발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며 "기아도 삼성처럼 싼값에 외국모델을 도입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해
정부방침이 "허용"쪽으로 기울인다면 다른 차원에서 삼성의 신규진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해 왔다.

기존업계의 협의체인 자동차공업협회의 회장인 김태구대우자동차사장은
"삼성이 아직 기술도입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만큼 박차관의 발언을
정부의 최종방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삼성에 대한 신규진출
허용여부는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결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사장은 기존업계가 지난30년간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노력,현재 꽃을 피워가는 단계인 만큼 이시기에 삼성의 신규진입을 허용
하는 것은 국제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삼성진출 결사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업계 선두업체라는 입장에서 내놓고 삼성의 신규
진입을 막아오지는 않았으나 2일 박운서상공자원부차관의 입장정리내용
을 전해듣고 "그동안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급선회한 것이 무슨 까닭"이냐고 반문하고
"산업정책이 정치적인 논리로 풀려서는 곤란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동안 기존업계중 가장 강한 반발을 보여온 기아자동차는 김선홍회장
한승준사장 박제혁부사장등 회사의 주요임원들이 제휴선인 마쓰다 이토추
등과의 연례 톱미팅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어 현지에 연락을 취하는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상공자원부가 인력스카우트를 안한다는 등의
조건을 전제로 삼성의 기술도입신고를 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봐야한다"며 삼성의 신규진출허용이 그동안 삼성 진출에
부정적인 발언을 해왔던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닌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회장과 한사장은 도쿄에 머물면서 제휴선과의 미팅외에도
도요타등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삼성의 신규진출확정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업계 관계자들은 박차관이 석유화학업계가 미국 일본업계의
갑작스런 공장사고에 따라 호황을 거두고 있는 것을 놓고 과잉투자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삼성을 봐주기위한 억지논리가 아니겠냐고
말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연구기관산업연구원(KIET)등의 연구결과가
"삼성 신규진출 불가"로 나온 것과는 달리 새로운 논리를 펴기 시작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의 신규진입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와있는
만큼 정부정책역시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만약
삼성의 신규진출이 허용되더라도 이에대해 기존업계가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의 상용차사업 신규진출 허용시
상공자원부가 "삼성중공업이 특장차를 생산하고 있는만큼 신규진출이
아닌 관련다각화로 본다"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자구노력조차 면제해줬다"
고 말하고 엔진 섀시 트랜스미션등의 자동차의 기본 구조조차 모르는
정책 결정이 또다시 이루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상용차기술도입신고시 김연수당시삼성중공업사장이
"승용차사업은 결코 진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를 들어 삼성의
비도덕성을 비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