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는 "핸디캡"을 줄여 부르는 것으로 골퍼의 실력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골프에 문외한이더라도 "핸디캡이 뭔가"는 알아야 대화를 풀어 나갈수
있을 것이다.
골프장의 파가 72라는 것은 이미 얘기했다.
핸디캡은 그 파72에서 골퍼가 평균적으로 더 치는 타수를 뜻한다.
즉 핸디캡이 10인 골퍼는 평균적으로 82타를 친다는 것이고 핸디캡이
25인 골퍼는 평균적으로 97타를 친다는 의미이다.
18홀코스에서 매홀 한타씩을 더 치는 꼴인 보기플레이어는 따라서 핸디캡이
18이라는 뜻으로 평균 90타를 치는 골퍼이다.
<>.골퍼들 세계에서 핸디캡이 18이하이면 "골프를 잘 치는 사람"으로 생각
하며 핸디캡이 10이하이면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사람"으로 대접한다.
핸디캡이 1-9인 골퍼를 "싱글 핸디캡 골퍼", 또는 "싱글 핸디캐퍼"라고
한다.
보통은 "싱글"이라 부르는데 싱글은 엄밀히 "독신자"를 뜻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핸디"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용어이다.
싱글 핸디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핸디캡이 "한자리 숫자"라는 얘기다.
만약 핸디캡이 5라면 평균 77타를 치는 것으로 이는 18홀중 13개홀에서
파를 잡고 5개홀에서 보기를 하는 꼴이다.
전체골퍼중 싱글핸디캐퍼는 단 몇%에 그친다.
그들은 골프에 거의 미쳐있거나 남다르게 집중적으로 골프를 친 역사가
있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골프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핸디캡이 싱글숫자
라 하면 그 운동신경과 집념을 인정해 줄만하다.
따라서 보통골퍼들은 80대스코어만 내도 아주 좋아한다.
허구헌날 90대스코어에서 맴돌던 골퍼가 어느날 80대스코어를 내면 "드디어
80대에 진입했다"며 날듯이 기뻐하는 것도 다 이에 연유한다.
<>.골프에는 "100의 벽", "90의 벽", "80의 벽"이라는게 있다.
비기너들은 "100만 깨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다가 세월이 지나 그것을
깨면 90대에서 80대로 들어오는 것이 목표가 된다.
80대를 치면 당연히 목표는 70대 진입으로 변한다.
그러나 싱글핸디캡스코어인 70대진입은 골퍼10명중 9명이 평생 내 보지
못하는 스코어로 볼수 있다.
핸디캡의 개념을 알아두면 설사 골프를 안 치더라도 맞장구는 칠 수 있다.
상담중이거나 거래선과의 대화에서 골프얘기가 오갈때 상대가 핸디캡
7이라고 하는데도 "그래요"하고 끝낸다면 멋적은 좌석이 될수밖에 없다.
상대가 "싱글핸디캐퍼"라 하면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글도 꽤 많이
하셨겠는데요" 정도는 맞장구를 치고 핸디캡이 15라 하면 "주말골퍼가
80대를 치는게 어디 쉬운일입니까" 정도는 말해야 비지니스가 술술 풀릴수
있다.
(김흥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