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일로를 줄달음해온 일본무역흑자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흑자가 지속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절대규모면에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장성이 최근 발표한 10월무역흑자(통관기준)는 달러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2%줄어든 92억7천5백만달러를 나타냈다.

18.9%의 감소율을 보였던 8월이래 3개월연속감소세를 기록했다.

무역흑자가 3개월이상 연속감소한 것은 90년9-12월이래 처음이다.

올들어 10월까지 무역흑자도 9백96억1백5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억달러가 줄었다.

특히 지난9월 4.6%로 축소됐던 감소율이 10월들어 다시 확대돼 무역흑자
가 고개를 넘었다는 관측을 강하게 낳고 있다.

10월말까지 수출은 3천2백33억3천7백만달러 수입은 2천2백37억3천5백만
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7.9% 수입은 12.0%가 각각 늘었다.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지난90년이후 4년만의 일이다.

월단위로 보아도 올들어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3개월
에 그치고 있다.

또 7월부터 4개월간은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연속 능가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량측면에서도 수입은 최근 두자리숫자의 신장률이 계속되고 있으나
수출은 2-3%의 신장에 그치고 있다.

원재료등을 제외한 제품수입비율도 57.7%까지 상승해 지금까지의 최고치
였던 지난9월의 56.6%를 다시 경신했다.

일본정부(대장성)도 이같은 추세를 배경으로 "원유가격과 환율등이
변수이긴 하지만 무역흑자는 축소쪽으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같다"
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리고 있다.

무역흑자가 축소쪽으로 방향전환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엔고의 영향
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외국제품이 급격히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내에서 가격파괴 로 대변되는 유통혁명이 일고 있는 점도
수입품의 셰어확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반도체 식품 섬유등의 수입증가가 두드러진다.

일본정부가 발표한 94회계년도 상반기중(4-9월)품목별 수출입동향을
보면 자동차는 이기간중 수량으로 44.6% 금액으로는 33.8%의 신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자동차는 10월에도 1백8.6%의 증가율을 나타내 셰어확대추세가 가속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구미메이커들이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면서 적극적인 판매확대에 나서고
있는데다 일본메이커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의 역수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식품은 19.0% 섬유는 22.6%의 증가율을 나타내 확산되고 있는
유통혁명의 거센 파고를 실감케 하고 있다.

동남아나 중국등의 값싼제품뿐아니라 고급품이 중심인 유럽제품도 빠른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도 증가율이 35.5%에 달해 꾸준한 신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수출측면에서는 기계류와 전자제품등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음이
눈에 띤다.

올회계연도상반기중 일반기계는 4백58억달러어치가 수출돼 전년동기대비
10% 전기기기는 4백90억달러로 13.2%의 신장률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급격한 엔고에도 불구하고 기간산업부문에서 일본기업들의 경쟁력은
손상받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무역흑자의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91년에만 해도 49.2%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던 무역흑자가 92년엔
37.1% 93년엔 12.8%로 각각 둔화됐다.

올해의 경우는 연간전체적으로도 감소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8월 대장성이 실시한 조사에서 소매점의 7할이상이 "엔고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등 해외제품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가 확실히 정점을 넘었는지 여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일본기업들이 최근 경기회복무드와 함께 서서히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데다 단기간의 추이만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도쿄=이봉후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