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도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자식에게까지
관료를 대물림시키고 싶지는 않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한국 경제관료들의 "직업관"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관료없이는 이룩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관료들은 10명중 8명(79.2%)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응답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은 관료"라는데 동의한 응답자는 50대는 84.6%,
40대의 경우엔 91.4%에 달했다.

30대는 59.5%였다.

반면 60년대후반 이후에 태어난 20대는 5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신세대 경제관료일수록 자신들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직급별로도 뚜렷한 견해차가 났다.

1급이상은 전원(1백%), 2.3급은 90.5%가 "그렇다"고 답한데 반해 6급이하는
41.2%만이 동의를 했다.

6급이하는 "그렇지 않다"(35.3%)와 "모르겠다"(23.5%)가 절반을 넘었다.

부처별로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으나 다른 부처에 비해 과기처(45.5%)
교통부(30%) 재무부(20.8%)등에서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비교적 많이
나왔다.

보사부 체신부 환경처등은 "그렇다"가 1백%를 차지, 개발연대를 주도했던
경제기획원(89.9%)이나 상공자원부(88.9%)보다 "성장역군"으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긍지를 느끼고 있는 관료들에게 "그렇다면 자식이 관료가 되려
한다면 권유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의외로 "천만의 말씀"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권유하겠다"는 응답자는 24.2%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권유하지는 않겠다"는 사람이 61.3%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아예 "말리겠다"는 사람도 14.5%나 됐다.

한마디로 관료 덕택에 경제가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관료 2대"는
노(NO)라는 얘기다.

이는 관료들 스스로가 대우나 장래성의 면에서 관이 결코 민보다 낫지
않음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있다.

말리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부처는 노동부(33.3%)와 재무부(29.2%)
과기처(27.3%)등이었다.

재무부는 "적극 권유는 않겠다"(66.6%)를 포함 95.8%가 "자식의 관계진출"
을 탐탁치않게 생각했으며 과기처는 권유하겠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직급별로는 2.3급중에서 권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아 47.6%를 차지했고
1급이상이 28.6%, 6급이하가 25%였다.

4급및 5급은 각각 20.5%와 13.9%로 비교적 적었다.

4.5급보다 6급이하에서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많은 것이 흥미롭다면
흥미롭다.

"현재 직업에 만족하느냐"는 설문에는 "매우 만족"이 4.8%, "대체로 만족"
이 48%로 총 52.8%가 관료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은 35.2%였고 "불만"이라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부처별로는 보사부관료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아 83.4%가 현직업에 만족
한다고 밝혔다.

그 다음은 건설부.환경처(70%), 체신부.국세청(66.7%)등의 순이었다.

"불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과기처(36.4%) 교통부
(30%) 경제기획원(22.2%)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항에서도 연령별 차이가 뚜렷했다.

50대의 경우 "매우 만족"이 3.8%, "대체로 만족"이 61.5%로 총65.3%가
만족을 표시한 반면 20대의 경우는 만족한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고
30대도 40.5%에 그쳤다.

"불만"이라는 응답자도 50대는 3.8%에 그친데 반해 20대는 4명중 한명꼴인
25%가 "불만"에 동그라미를 쳤다.

과거와 현재간의 만족도 변화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에 비해서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4%가 "좋아졌다"고 밝혀 일반적 인식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나빠졌다"는 의견은 18.5%에 그쳤고 33.1%는 "그대로"라고 대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부처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

의외로 과거에 이어 아직까지도 "3극"으로 통하는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자원부에서 "좋아졌다"는 의견보다 "나빠졌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재무부는 "나빠졌다"(45.8%)가 "좋아졌다"(20.8%)를 압도, 외부시각
과는 달리 재무부내부에는 "좋은 시절"이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기획원은 "나빠졌다"(55.6%)와 "좋아졌다"(44.4%)가 둘로 갈렸고
상공자원부도 두 의견이 각기 22.2%로 양분됐다.

이에 반해 소위 "떠오르는" 몇몇 부처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금알" 정보통신을 쥐고 있는 체신부, 그린라운드시대의 정책주역인
환경처 관료들은 80%이상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국세집행기관인 국세청은 조사대상 전원(100%)이 "좋아졌다"고 응답, 최근
나타나고 있는 관료사회의 전반적인 위축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