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자본자유화 정책의 순서가 잘못돼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
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우헌연구위원은 1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금융개방과
향후정책방향"이란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가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은 규제한채 국내 주식시장을 먼저 개방하는 바람에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연구위원은 국내외 금리격차가 크고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상태에서
정부가 지난 92년부터 주식시장을 개방한 탓에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입과
이에따른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은 지난해의 경우 해외부문으로부터의 통화증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통화관리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투기성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통화정책에 차질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빌미로 경쟁력있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저금리로 자본을
조달할수 있는 상업차관이나 해외증권 발행을 억제했다.

즉 정부의 잘못된 개방순서에 따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질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연구위원은 이같은 사례로 L종합상사의 경우 지난 90년대초 중국이
발주한 미화 1억달러규모의 대형 화학플랜트 수주전에서 연리 6% 10년분할
상환 조건을 제시했으나 일본 기업은 같은 조건에 연리 4%를 제시해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D사는 파키스탄의 미화 1억달러규모의 기계류 수주전에서 리보
(런던은행간금리)+1%의 금리로 10년분할상환 조건을 제시했으나 리보+0.75%
를 제시한 독일기업에게 떨어지는등 국내 기업의 해외자금조달비용이 높아
국제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연구위원은 이같은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자본자유화를
물가관리에 주안점을 둔 통화정책 차원보다는 저금리의 해외자본을 도입해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금융정책 또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통화관리의 부담을 덜기위해 국내외 금리차가 좁혀질 때까지는
국내주식시장의 개방속도를 가능한한 늦추고 그 대신 기업들이 해외자금을
적극 조달할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연구위원은 그러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도록 "해외조달-해외사용"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또 정부는 통화라는 거시적 지표에만 집착, "통화=물가"라는 단순한
명제만 맹신하지 말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